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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올들어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관리 또한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기재부가 당·청의 압박에 결국 물러서기는 했지만 최초 정부안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50%로 제한하고 2·3차 추경에서 19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한 것도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다.
홍 부총리는 3차 추경 관련 브리핑에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고 중기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도 적극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512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세차례에 걸친 추경으로 재정 부담은 이미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다. 올해 예상 관리재정수지적자는 112조2000억원으로 1년새 74조6000억원이나 불어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대비 비율은 같은기간 3.8%포인트 급상승한 5.8%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지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만 100조원 가까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국가채무는 작년보다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 840조2000억원이 된다. GDP대비 비중은 37.1%에서 43.5%로 껑충 뛴다. 반면 국세수입은 지난해보다 13조8000억원 줄어든 279조7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같은 재정여건 아래에서 기본소득까지 지급할 경우 재정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국민 5000만명 대상으로 1인당 연간 50만원을 줄 경우 한해 25조원이 필요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처럼 중장기적으로 연간 6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300조원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본예산(512조원)의 60%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규모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기본소득은 재난지원금처럼 일회성이 아니라 고정으로 지출해야 하고 일단 지급을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중장기 재정건전성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고 내부 검토도 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현재 정부의 입장”이라며 “(기본소득) 제도화보다 기존 복지 예산 등을 어떻게 정비할지에 대한 방안을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