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태민 칼럼니스트] 전세계 주식시장이 서서히 안정감을 찾고 있다. 다우지수가 8000포인트대에서 움직이는 것도 그것이지만, 무엇보다 하루 등락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 연말연초 움직임의 특징이다. 코스피지수도 마찬가지다. 1100포인트에서 1200대 초반을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앞으로 많이 어려울 것 같애”, “다시 1000선 아래로 내려갈 것 같애”하는 식의 부정론을 곧잘 내놓는다.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긍정론자가 되지 않으면 작년의 손실을 회복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주식을 사야 돈을 벌 가능성이라도 생기지, 그렇지 않다면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이익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전제로 세상을 보자. 세상의 모든 일은 양면성을 지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흔히 한다. 잃는 쪽이 있으면 버는 쪽이 있고, 불황이 있으면 그 속에서 호황을 잉태하는 것이 세상이다.
지금 현실도 그렇다. 긍정적인 면도 여럿 있다.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12월 하반월에 상승했고, 올 1월 상반월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제품 가격도 중국의 바오산철강이 작년말에 20퍼센트 이상 가격을 인상했고, 국내에서도 재고가 적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며 가격하락세가 멈추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4대강 유역정비사업 등 SOC투자를 본격화할 경우 가격이 강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CD패널 가격이 12월로 저점을 지났다고 전망했다.
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한두가지의 강렬한 인상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광우병하면 TV의 다우너 소가 떠오르고, 미네르바하면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은 잊어버리고 그 강렬한 인상에 대한 신뢰가 합리적 판단을 방해한다.
경제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작년 하반기, 특히 4분기의 기록적인 증시 폭락을 겪으며 부정적인 강렬한 인상에 사로잡혀 긍정적인 부분을 볼 마음의 공간이 사라졌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집값이 폭락했다, 자동차 판매가 급감해 도요타가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등등 강렬한 인상의 몇몇에 사라잡혀버린 것이다.
물론 놀라운 현상은 분명하지만 당연한 면도 있다.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집을 서너 채씩 살 수 있도록 마구 돈을 빌려줘서 주택투기 광풍이 불었으니 그 거품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도요타도 지금과 같은 엔고에 적자가 가능한 것이다. 평온하던 집값이 폭락하고, 멀쩡하던 도요타가 적자를 기록하면 문제가 심각하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 동전의 다른 면을 보자. 세계 각국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부양책 보다는 금융위기 대책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을 만큼 분위기가 안정되었고, 우리 증시에서도 정부대책 관련주들의 탄력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가 유례없이 금리를 내리며 돈을 풀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 공급과, 경기부양책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재료고 현상이다. 이들은 잊고, 부정적인 측면만 앞으로도 진행되리라 생각하다면 이성적 판단은 분명 아닐 것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코스피지수 1100대에서 부정론은 정말 영양가 없다는 것이다. 지수 2000, 에누리하더라도 지수 1500대에서 보수적 의견은 영양가 만점이다. 손실 축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온갖 고생을 다하고 1100대에 와서 뒤늦게 부정론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정말 감각없는 태도다. ‘돈 벌 자세’가 안되어있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부정론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현실은 주식투자에 좋은 기회다. 나는 다수와는 다른 긍정의 길을 걷고, 그 관점에서 대응한다면 올해 주식시장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태민 ㈜아크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