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철우기자] 지난해 한화 류현진은 혜성처럼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해 커다란 돌풍을 일으켰다. 다승왕(18승)은 물론 탈삼진(204개)과 방어율(2.23)까지 독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류현진을 그처럼 '위대한' 투수로 만든 바탕엔 체인지업이 있다. 류현진의 과감한 몸쪽 직구 승부와 타이밍을 뺏는 느린 체인지업 콤비네이션은 타자들에게 위협 그 자체였다.
류현진이 본격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지난해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도중 한화와 입단계약한 구대성이 대회 후 팀에 합류한 뒤 전수해 준 것이다.
매우 짧은 시간에 습자지처럼 체인지업을 익힌 류현진은 이내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해내고 말았다. 구대성은 "몇몇 후배들에게 비슷한 노하우를 전해준 적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현진이가 빠르게 익히는 능력이 있었다"고 감탄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류현진 표 체인지업의 원류가 송진우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알려준 선수가 바로 송진우이기 때문이다.
시계를 돌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어느날, 송진우는 훈련 도중 구대성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게 된다. 98년 마무리 캠프에서 배워 온 서클 체인지업이 그것이다.
당시 구대성은 포크볼 계열의 체인지업은 장착하고 있었지만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고 중지와 약지,소지로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은 던지지 않고 있었다.
놀라운 것을 구대성의 소화력이었다. 단 며칠만에 서클 체인지업을 익힌 구대성은 실전에서도 기막힌 컨트롤로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운다. 특히 일본과 3,4위전서 보여준 위력투의 뒷켠에 바로 이 서클 체인지업이 있었다.
송진우는 "구대성은 워낙 뛰어난 투수이기 때문에 내가 뭘 가르쳤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이런 공도 있는데 한번 던져보지 않겠냐고 말을 건넸더니 금세 자기걸로 만들어 냈다"며 "처음엔 공이 잘 가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도 겪은 혼란이었다. 그러나 타자를 상대로 써보고 잘 먹힌다는 걸 알게 된 뒤 위력이 배가됐다. 훌륭한 투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송진우의 체인지업은 '제프'라고만 기억에 남아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미국 코치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프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를 위해 무척 큰 일을 해낸,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숨은 주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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