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홍기기자] 미국 항공업계가 작년 9월11일 이후 극심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다. 9월11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경기침체와 과당경쟁으로 인해 적자가 불가피했던 업체가 많았겠지만 9월11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적은 업체가 많아 항공업계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과 비즈니스 위크, 이코노미스트 등이 각각 항공업계에 관해 각기 다른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항공업계의 실적발표, 기업공개(IPO)로 주가가 급등한 신생 저가항공요금 업체, 기업고객과 일반고객에 대한 가격 차별화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항공업계 모습, 항공업계의 가격 전쟁 등이다.
1) 월스트리트 저널은 21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모기업인 UAL이 주당 9.22달러, 총 5억 1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카 웨스트 홀딩스도 주당 10.62달러, 총 3억 583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9위 업체인 알래스카 에어 그룹도 주당 1.30달러, 총 3440만 달러의 적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특별 항목을 제외할 경우, 톰슨 파이낸셜/퍼스트 콜의 전문가 예상치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밝혔다. UAL은 센단트의 지분 매각익과 아볼라 비즈니스 제트 부문 폐쇄 비용을 제외하면 주당 8.81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10.24달러 손실 보다는 양호한 셈. 아메리카 웨스트도 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2억 7230만 달러의 무형자산을 손실처리한 것을 제외하면 주당 1.41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인 주당 1.50달러 손실보다는 괜찮았다. 그리고 알래스카 에어라인의 손실규모도 예상치인 주당 1.53달러 손실보다는 나았다.
2)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에서 설립된 지 2년 밖에 안된 저가 항공업체인 제트블루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트블루가 여러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것.
제트블루는 최근 기업을 공개했는데, 공개전 가격인 주당 23달러가 모건 스탠리가 주간사로 나서면서 주당 27달러로 올랐고, 최근에는 주당 48달러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주가상승만을 놓고 볼 때 지난 2년간 가장 성공적인 IPO로 기록되고 있다.
제트블루는 작년에 3억 2000만 달러 매출에 39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9월11일 이후 미 정부가 미 항공업계에 보조한 50억 달러 덕분에 제트블루의 세전 이익이 1870만 달러 증가한 효과가 있었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지적했다. 또한 세제상 특별조치로 인해 147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트블루는 오는 2007년까지 59대의 에어버스 A320을 추가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 고정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밝혔다. 이 탓에 항공기 추가구입과 함께 유지비용도 늘어날 것이며 보험료도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저가 항공업체인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과 비교하면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 보다 확실해진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밝혔다. 사우스웨스트의 경우는 모든 부채를 일거에 갚는다고 하더라도 현금 4억 3800만 달러가 남는다. 그리고 작년에 9억 9800만 달러 어치의 설비투자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4억 8700만 달러나 플러스였다. 그러나 제트블루의 경우는 설비투자로 인해 현금흐름이 1억 2300만 달러 마이너스였으며, 순부채도 2억 1500만 달러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오는 2004년까지 새로운 제트기 구입에 15억 달러나 써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업가치를 놓고 볼 때, 시가총액 138억 달러인 사우스웨스트의 경우, 기업가치가 이자 세금 감가상각 감모 이전 이익(EBITDA)의 15배가 안되지만 시가총액 20억 달러인 제트블루는 5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작년에 미국내 항공요금이 평균 8% 하락했지만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한 항공료는 미약하지만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를 설명하면서, 예를 들면 뉴욕-로스앤젤레스 왕복 항공요금이 일반 레저여행객은 350달러지만 바로 옆 자리에 앉을 수도 있는 비즈니스맨 대상 항공요금은 2500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는 가격 비탄력성으로 설명한다. 비즈니스 여행객은 가격 변동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항공요금보다는 적시에 항공기를 타느냐 마느냐에 가치를 둔다는 것. 일반 레저 여행객보다 비싼 돈을 내고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에 별로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차별화에 대해 비즈니스 여행객의 반응이 변하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UBS 워버그의 사무엘 버트릭이 지적했듯이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여행객도 레저용 항공권을 구입할 뿐 아니라 사우스웨스트나 제트블루와 같은 저가항공기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난다는 것.
그러나 어찌됐든 현재 항공업계의 주 수익원은 비즈니스 여행객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여행객이 앞으로도 가격 변화에 대해 비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항공업체들이 가격을 추가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격 인상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컨티넨탈, 델타, US 에어웨이스 등이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나 노스웨스트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다른 항공사들은 노스웨스트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가격 인상규모를 줄여야만 했다.
4) 월스트리트 저널은 다른 기사에서 노스웨스트와 델타, 컨티넨탈은 아메리카 웨스트가 항공요금을 인하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아메리카 웨스트의 주요 노선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 이것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 항공사가 목표로 삼은 곳은 아메리카 웨스트의 허브 공항이 있는 피닉스, 라스 베이거스, 콜럼부스 등이다. 이 덕분에 노스웨스트는1년 전에는 2주간 불과 60장의 티켓만을 판매했었을 뿐이었던 데모인과 피닉스간 노선에서 가격인하를 단행한 첫 2주간 5900장의 티켓을 팔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아메리카 웨스트의 항공요금이 723달러인데 반해 노스웨스트는 198달러밖에 안된다.
이 탓에 아메리카 웨스트는 이 노선에서의 탑승률이 50%로 떨어졌으며 점유율도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델타 에어라인, 노스웨스트, 컨티넨털은 모두 198달러에 항공요금을 책정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2000달러 정도였었다. 그리고 컨티넨탈은 아메리카 웨스트와의 항공좌석 공유협정과 상시고객 이용 협정도 파기했다. 아메리카 웨스트는 이 협정이 매출을 1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 정도 증대시키는 가치가 있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