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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1억 약국이면 월세 2000만원도 적당할까[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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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6.09.12 12: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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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91)
22년 영업한 약국 임차인, 권리금 22억원에 새 임차인 주선
임대인이 월세 2000만원을 제시해 임대차계약은 무산
대법 "기존 차임과 차이 크면 적정 차임 확인해야"
갱신협상서 제시금이 기존과 크게 벌어지면 권리금 회수 방해되기도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상가를 빌려 장사하던 사람이 가게를 넘기고 나가면서 받는 돈이 권리금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가 끝날 무렵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에게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방해 행위의 하나다(제10조의4 제1항 제3호). 그렇다면 얼마를 요구해야 현저히 고액일까.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부산의 한 상가에서 2001년부터 약국을 운영해 온 임차인이 있었다. 병원 정문 인근이라 약국 자리로는 입지가 좋았다. 2018년 1월 임차인은 이 상가를 단독으로 소유하게 된 임대인과 보증금 1억원, 월 차임(월세) 600만 원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었고, 계약은 2019년 말부터 묵시적으로 갱신돼 왔다. 2023년 4월 임대인은 월세를 2400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임대인은 그해 9월 갱신 거절 의사와 함께 그해 말 임대차기간이 끝난다고 통지했다. 임차인은 10월 약국을 인수하려는 사람과 권리금을 22억 원으로 정한 계약을 맺고 임대인에게 알렸다. 임대인은 그 사람에게 보증금 5억원, 월세 2000만원을 제시했다. 차임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은 체결되지 못했고,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

임대인이 상가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임차인은 권리금을 받지 못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6년 7월 16일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의 논거는 이러했다. 임차인이 이 상가의 적정한 보증금과 차임이 얼마이고 임대인이 제시한 금액이 그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객관적 자료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약국의 2023년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억 433만원에 이르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현저히 고액’인지를 조세와 공과금,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만으로 따질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기존 임차인에게 받던 금액과 새 임차인에게 요구한 금액의 차이, 상가의 시세와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임대인이 요구한 월세는 기존의 3배가 넘었고,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해 계산하는 환산보증금으로 따지면 기존 7억 원이 25억원이 되어 약 3.5배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이 정도 차이라면 현저히 고액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조제료 수입을 근거로 삼은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수입에는 상가의 위치뿐 아니라 거래처와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같은 임차인의 노력에 따른 요인이 상당 부분 들어 있다는 이유였다. 감정 결과 자리 자체의 값인 바닥권리금은 0원이었고, 영업으로 쌓은 가치인 영업권리금이 20억 1500만원이었다.

임대인이 요구한 금액이 현저히 고액이라는 점은 임차인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대법원도 분명히 했다. 다만 기존 차임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라면,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바로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자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심리를 끝내지 말라는 취지다.

임대인이 갱신 협상에서 기존 조건보다 크게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으면, 임차인이나 새 임차인이 계약 체결을 단념하게 한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은 환산보증금이 지역별 기준을 넘는 임대차에도 적용된다(제2조 제3항). 다만 배상액에는 상한이 있다. 새 임차인이 주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제10조의4 제3항).

소송 밖에서 보면 양쪽 모두 손해다. 임차인은 22년 영업의 대가로 받기로 한 22억 원을 받지 못한 채 상가를 비워 주게 됐고, 임대인은 22년 된 임차인을 내보내고 3년째 소송을 치르고 있다. 한 가게가 오래 벌어들인 돈에는 자리의 몫과 사람의 몫이 섞여 있다. 그 몫을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법정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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