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만 눌러도 묵직한 색감…라이카 레드닷 프레임 심미↑
퀵쉐어·티머니 편의성 합격…낯선 UX·반응 속도는 아쉬워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샤오미가 글로벌 카메라 명가 라이카(Leica)와 협업해 내놓은 스마트폰 ‘샤오미 17T(Xiaomi 17T)’는 명확한 타깃팅을 가진 제품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대 중후반을 훌쩍 넘어서는 시대에, 79만원이라는 중저가 가격대에서 최소 15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라이카 디지털카메라의 감성을 손안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샤오미 17T의 카메라 성능과 전반적인 사용성을 직접 체험해 봤다.
라이카와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기에 카메라 결과물은 단연 돋보였다. 사진의 완벽한 구도나 정밀한 디테일보다는 ‘인물이 잘 나오는지’, ‘그 순간의 분위기가 담기는지’에 의의를 두는 평범한 사용자 입장에서 샤오미 17T의 자동 모드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안겨줬다. 전문가용 프로 모드를 켜지 않고 별다른 설정 없이 셔터를 무심코 누르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깊은 색감과 묵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실제 타이베이 도심 곳곳을 촬영한 결과물에서 라이카 렌즈 특유의 ‘하이 콘트라스트(High Contrast)’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주간 야외 촬영에서는 23㎜ 광각을 통해 건물 외벽의 질감과 맑은 하늘의 푸른 색감을 쨍하게 잡아내면서도, 명암비가 뚜렷해 마치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입체감을 줬다. 대만 야시장의 명물 아종면선(곱창국수)을 근접 촬영한 컷이나 피사체에 바짝 다가가 찍은 인물 사진에서는 주변 배경을 부드럽게 날려버리는 자연스럽고 수준 높은 아웃포커싱 기술이 돋보였다.
이 제품의 진가는 야간 및 저조도 환경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실내 조명 아래에서는 타사 스마트폰과 극적인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으나, 늦은 밤 가로등 아래 세워진 공유 자전거 유바이크(Ubike)나 화려한 야시장 텐트, 타이베이 101 타워의 야경을 찍었을 때 빛 번짐과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묵직한 암부(어두운 부분) 표현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흑백 모드로 촬영한 실내 인물 사진은 짙은 흑백의 대비와 세밀한 질감 표현을 통해 라이카의 클래식한 모노크롬 감성을 극대화했다.
카메라 앱 내에 기본 탑재된 ‘라이카 프레임’ 기능도 사진 찍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총 6가지의 프레임이 제공되며, 사진 하단에 라이카 특유의 ‘붉은 딱지(Red Dot)’ 로고와 조리개, ISO, 셔터스피드 등 메타데이터가 함께 각인돼 시각적인 만족감을 한층 높인다. 굳이 비싼 하이엔드 카메라를 사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이 같은 감성을 대리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다만 프레임에 라이카 로고와 함께 샤오미의 브랜드명도 나란히 노출되는 점은 심미적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체험은 유심(USIM)을 장착하지 않고 와이파이 환경에서, 별도의 앱을 거의 설치하지 않은 채 사실상 ‘카메라 전용 기기’처럼 활용해 진행했다. 이를 전제로 전반적인 기기 성능을 평가하자면,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의 품질이나 야외 시인성, 시각적 경험은 최상위 폰 못지않게 준수한 편이었다.
사용성 측면에서는 명암이 다소 엇갈렸다.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해 구글 생태계를 그대로 누릴 수 있고, 구글 시스템에 완벽히 통합된 안드로이드 표준 ‘퀵쉐어(Quick Share)’를 통해 타사 기기 간 사진 전송이 지연 없이 매끄럽게 이뤄지는 점은 무척 편리했다. 외산 스마트폰의 고질적 약점인 대중교통 이용 문제 역시 모바일티머니 탑재를 통해 실용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반면 최신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구동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앱 실행이나 화면 전환 시 미세하게 체감되는 반응 속도 차이는 아쉬울 수 있다. 삼성페이 등 국내 특화 간편결제 시스템의 부재와, 한국 시장에서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샤오미 고유의 UX(사용자 경험) 환경은 실사용 시 일정 부분 적응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