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을 공개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미·중 가운데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 연방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실질적인 확장은 양적인 생산능력 5% 확대로, 중대한 거래는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으로 각각 규정했다. 이를 어길 시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WSJ은 이 규정으로 국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대만 TSMC가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들 기업이 이미 중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상당한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주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우시에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이 있으며, 2020년에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TSMC도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안 공장에서 생산되는 낸드플래시 전 세계 시장에서 16%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D램 생산량은 세계 시장에서 12%를 각각 차지한다. SK하이닉스의 다롄 공장도 글로벌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6%를 생산한다. TSMC의 상하이와 난징 공장은 이 회사 전체 반도체 생산 역량의 6%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중국 사업 확장에 대한 검토와 함께 미국 내 투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향후 20년에 걸쳐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기 위해 2000억달러(약 260조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약 52조원) 를 들여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