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김영환 기자]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두 사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며 양강구도를 만들고 있다. 대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다만 반 총장은 아직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점 때문에 대선캠프 구성 등 모든 게 베일에 가려져있다. 충청권 정치인과 외교관 그룹을 모태로 지지세를 확산 중이다. 대선 재수에 나서는 문 전 대표는 원외에서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면서 대권전략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재영입 전략이 또다시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반기문 지원그룹, 충청권 인사와 외교관 그룹이 핵심
반 총장의 지원그룹은 크게 충청권 중심의 원내세력, 친박계 핵심인사, 외교관·관료 그룹이 핵심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막기 위해 반 총장이 대권행보를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수면 아래서 조용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지원그룹으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눈에 띈다. 반 총장의 지난 5월 방한 당시 극비회동을 가졌다. 김 전 총리는 향후 대선국면에서 반 총장의 정치적 대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총리는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 결심한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고 반 총장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친박계 핵심으로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과 충남 출신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반기문 대망론을 앞장서서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반 총장과 만나 “소중한 지혜와 경륜을 미래 세대를 위해 써달라”며 반 총장의 대권 역할론을 주문했다. 아울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 성일종 의원도 반 총장을 위해 활발하게 뛰고 있다. 이밖에 문민정부 청와대에서 같이 활동했던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도 반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현직 외교관 및 관료그룹도 반 총장의 우군이다. 특히 김숙 전 유엔대사는 반 총장의 싱크탱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숙 전 대사는 서울 모처에세 개인사무실을 내고 반 총장의 대권전략을 밑그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반 총장의 멘토로 알려진 노신영 전 총리와 한승수 전 총리도 잠재적인 우군이다. 두 사람 역시 반 총장의 지난 5월 방한 때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대중적 기반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팬클럽인 노사모와 유사한 팬클럽 전국조직인 ‘반딧불이’는 반 총장의 대선가도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창립대회는 11월초로 예정돼 있다. 반 총장이 퇴임 후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면 그동안의 물밑행보를 접고 적극적인 세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성일종 의원은 “충청대망론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망론”이라면서 “여권 내부에서 계파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반 총장에 대한 호평이 많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반 총장의 행보가 본격화하면 지원그룹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권행보 위한 광범위한 인재풀 구성
문 전 대표의 지원그룹은 지난 대선에서 활동했던 핵심인사들이 주축이다. 전해철, 김경수 의원 등은 물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활동했던 참모들이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원내 인사로는 전해철 의원이 손꼽힌다.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냈다. 8·27 전당대회에서도 비주류 이언주 의원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경기 도당위원장에 당선, 여전한 위세를 자랑했다. 문재인 캠프의 전략 담당으로서 대권전략을 총괄하고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연한 성품의 김경수 의원은 공보 담당을 맡았다. 현재도 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의원 역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 캠프의 공보 특보를 맡았던 바 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의 입’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 김태년 의원도 친문의 핵심이다.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로 20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표창원·김병관·박주민·김정우·조응천·김병기 의원도 원내에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문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손혜원 의원도 친문 진영으로 분류된다.
20대 총선에서는 의원직을 내려놓은 노영민 최재성 전 의원들도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노 전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핵심 측근이고 최 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당내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사무총장에 인선했을 만큼 신임하는 인사다. 아울러 기초자치단체장 중에서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친문 인사로 꼽힌다.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문 전 대표를 호위하고 있다.
학계 정책그룹으로는 지난 총선에서 영입된 양봉민 서울대학교 보건학과 교수가 뽑힌다. 보건의료정책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양 교수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복지 공약을 만들었던 이력이 있을 만큼 보수적 색채를 띠는 것으로 분류되지만 문 전 대표는 정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차원에서 양 교수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복지 부문에서는 김연명 중앙대 교수 역시 문 전 대표와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측근은 “굉장히 많은 학계 인사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며 “9월께 캠프의 밑그림을 그릴 인사들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문 전 대표가 고심을 하고 있는 까닭에 연말에 구상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