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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관세청이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올해 기한이 만료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3곳(롯데 소공점, 롯데 월드타워점, SK 워커힐)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롯데가 월드타워점의 면세 사업운영권을 두산에게 내주고 말았다.
롯데의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는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여론이 악화된데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국적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일종의 특혜 사업인 면세 사업권을 롯데가 계속 가지고 가는게 맞냐’는 의문이 정치권에 강하게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악화된 여론을 돌리고자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하는 등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지난달 형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다시금 소송전을 제기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노력을 수포로 돌려놨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는 평가 기준보다는 정서법의 적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세사업 운영능력 등 평가 기준으로는 롯데가 다른 사업자에 뒤진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경영권 다툼으로 악화된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로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지배구조 개혁작업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신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첫단추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면세점 수성 실패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 계획을 추진할 동력이 상당부분 손실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이 소공점에 비해 매출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롯데그룹의 면세사업에 대한 사업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기업가치를 낮춰서 재상장을 한다고 해도 당초 예상했던 투자자금은 몰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집안 싸움으로 주요 사업부를 잃게 된만큼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반면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원톱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존재감을 보이면서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2차 경영권 분쟁은 롯데의 면세점 사업권 수성 실패를 노리고 신동주 회장측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는 잃어도 되지 않을 면세점을 뺏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