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들은 일제히 클린턴 전 장관의 행보를 ‘정치적 계산에 따른 소신 바꾸기’라고 비난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더 진보적이고 강경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7일 “오늘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TPP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조작 문제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아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직 시절 TPP를 이끈 인물이다. 미국 CNN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총 45번이나 TPP에 대한 찬성 발언을 했다. 그러던 그가 이달 들어서야 TPP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 클린턴 전 후보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내가 설정한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율 급등을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중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샌더스 의원은 TPP 타결을 ‘재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무상 대학 등록금과 월가 개혁 등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이 노조 등 당내 세력의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좌클릭’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양도차익 과세 강화, 초단타매매(HFT) 세금 부과, 볼커룰 강화 등 월가와 자유경제에 반대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선을 위해서라면 정책에 대한 노선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점 등은 오히려 클린턴 전 장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클린턴 전 장관의 행보에 ‘원칙보다 정치적인 위치를 훨씬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