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빚이 사상 최고수준까지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분기 기준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부채비율이 92.9%를 기록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직전분기 92%나 1년전 91.9%보다 1%포인트가량 증가한 것.
그리스 위기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가 돈을 풀면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자 정부가 채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한 결과다.
올 1분기 유로존 경제는 0.4% 성장했다. 같은 기간 뒷걸음질친 미국과 비교해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유럽경제가 올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CB이 돈을 풀어 경기에 군불을 때고, 유로화 값도 내려가면서 내수나 수출 모두 회복될 것이란 점에서다.
그렇지만 빚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부채비율은 더 올라갔다.
국가별로는 채무불이행 상황에 내몰렸던 그리스의 빚이 가장 많다. GDP대비 부채비율은 169%나 된다. 이탈리아, 벨기에, 사이프러스, 포르투갈도 100%를 넘어섰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채권부문 대표는 “일부 국가에서 싼값에 돌을 빌릴 기회로 여기는 듯 하다”며 “유럽이 빚을 줄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기에는 더딘 속도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작년 프랑스나 스페인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5.8% 수준이며 이탈리아도 3%에 다다랐다. 유로존 재정적자 목표치(3%)를 벗어난 수치다.
경제가 튼튼한 독일만 소폭의 재정 흑자를 달성한 상태다.
제임스 아티 에버딘자산운용 투자매니저는 “유럽 시장에서는 그리스 위기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며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그런 인식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