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김진우 강신우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누구 하나 승자가 없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될 공산이 커졌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인준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 후보자 인준안 상정을 공언한 가운데 과반(148석) 의석을 넘는 새누리당(158석)이 야당이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여당만의 힘으로 총리직에 오른다고 해도 ‘반쪽 총리’의 멍에는 벗을 수 없을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총리 지명 후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며 몸값이 치솟았다. 그간 보여준 야당과의 소통·화합 이미지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국회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병역·투기·차남 건보료 미납 의혹 등이 잇따라 터지고 ‘언론사 외압’ 의혹까지 증폭되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 급전직하 이완구…“내상 커 내각 이끌 추동력 이미 상실”
내상이 깊은 상황에서 ‘책임총리’로 내각을 힘있게 이끌 추동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 들어 경제활성화, 공무원연금·공공기관개혁 등 굵직한 현안을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문고리 3인방’ 논란 속에 인적 쇄신 카드로 이 후보자를 낙점했지만, 오히려 부담만 커질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새누리당은 악화한 여론과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이 후보자의 인준을 강행하는 모습을 연출, 정국을 냉각시켰다는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애초 여당이 이 후보자에게 걸었던 기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보여줬던 ‘소통의 리더십’이었지만 여당의 인준안 단독처리에 따른 야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나온 마당에 2월 임시국회 파행은 물론 야당과 소통이 필요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당의 이 후보자 인준안 단독 처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국정 동력이 동시에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며 “시일이 자꾸 늦춰지면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 與, ‘정국급랭’ 책임…野, ‘소탐대실’ 우려
국회 본회의 의사일정까지 연기하며 이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 압박을 가했던 새정치연합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커졌다.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충청 민심이 등을 돌리고, 현 정부 총리 후보자 네 번째 낙마에 따른 역풍도 우려된다. ‘여론조사’ 제안으로 상황이 꼬인 문재인 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 이탈표가 생기면 자칫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투표 참여 의원이 재적 과반인 148명 미만으로 떨어져 표결 자체가 불성립되면 ‘허무의 극치’를 보여주며 정치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는 결국 고스란히 청와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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