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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취업 어려워 삶의 질 낮다"

이순용 기자I 2013.12.18 11:43:49

암 경험자만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직업 제안' 필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경제적 사정이 어렵거나, 의료급여 수급자, 동반질환이 2개 이상인 암 환자일수록 암 치료 후 직업을 가질 확률이 낮을 뿐 아니라, 직업을 가진 암 환자에 비해 삶의 질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강남차병원·대구계명대학교병원·경희대학교병원 공동연구팀은 18일 1983년부터 2004년까지 자궁경부암 진단, 치료를 마친 자궁경부암 경험자 858명을 대상으로 ‘취업 상태’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해 발표했다.

자궁경부암 진단 당시 49.4%(424명)가 직업이 있었고, 50.6%(434명)는 없었으나 암 치료를 마친 후에는 27.2%(233명)만 직업이 있었고, 72.8%(625명)는 없었다.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되기 전에 직업을 가지고 있던 여성의 45.1%가 암 치료 후에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 소득 300만원 미만(1.97배), 의료급여 수급자(1.58배), 동반질환 2개 이상(1.8배), 음주를 하지 않는 자(2.33배), 암 진단 전에도 직업이 없던 자(10.72배)는 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자궁경부암 경험자의 삶의 질을 0~100점으로 했을 때, 현재 직업이 있는 자는 없는 자에 비해 신체적 기능(71.7점 vs 68.4점), 역할 기능(74.4점 vs 68.2점), 정서적 기능(64.9점 vs 63.7점), 인지적 기능(74.9점 vs 72.4점), 사회적 기능(74.7점 vs 70.1점) 등 다방면에 걸쳐서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 중 하나로 조기발견과 치료기술의 발달로 생존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에 사회적 역할의 회복을 의미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암경험자들의 삶의 질 지표 중 중요한 고려 대상이 다.

연구 책임자인 윤영호 서울대학교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는 “저소득층의 암 경험자들은 고소득층에 비해 암 진단 · 치료 과정 중에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치료를 마쳐도 피로 등의 합병증으로 일반인과 같이 직업 생활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며 “암을 이겨낸 사람이라는 암 경험자만의 고유한 장점을 살려 훈련을 받은 후 진단 · 치료 과정 중의 암 환자들을 코칭해 주는 ‘건강파트너’와 같은 형태의 직업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활동이 건강보험수가로 인정된다면 암 경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암 환자들이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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