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계열회사간 순환출자고리가 가장 많이 형성돼 있는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새롭게 생긴 순환출자고리만 32개에 달했다. 합병· 구조조정 과정 등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된 경우도 있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총수지배력 강화· 부실계열사 지원 등을 위해 편법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아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를 서둘러 금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자료를 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계열회사간 순환출자가 가장 많이 형성돼 있는 곳은 롯데그룹으로, 총 51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의 경우 2008년 이후 신규 생성된 순환출자고리만 32개에 달해 이 기간 중 새롭게 만들어진 순환출자고리 69개의 46%를 차지했다.
롯데 다음으로 순환출자고리 수가 많은 곳은 동양(17개)이었으며 ▲삼성(16개) ▲영풍(10개) ▲한솔(7개) ▲동부(5개) ▲현대(4개) ▲현대산업개발(4개) 등의 순이었다. 이중 동양과 영풍은 2008년 이후 각각 14개, 8개의 신규 순환출자고리가 생겨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4월 현재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은 총 14개였으며, 순환출자 고리수는 124개에 달했다.
특히 롯데와 현대,현대백화점, 동양, 현대산업개발 등 5개 기업집단의 경우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하거나, 전년보다 순환출자가 형성된 계열회사간 지분율이 상승하는 등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자동차(005380), 한진, 동부 등은 전년보다 순환출자가 형성된 계열회사간 지분율이 하락 또는 순환출자 일부가 해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는 기업집단 중 삼성(삼성카드, 삼성생명)과 동부(동부캐피탈, 동부생명), 현대(현대증권), 동양(동양증권, 동양생명) 등은 금융·보험사가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었다. 현대차는 기업집단내 주력 3사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및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돼 있었으며, 롯데는 3사(롯데쇼핑, 롯데리아, 롯데제과) 중심의 ‘거미줄식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합병을 하거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된 경우도 있지만, 나쁜 의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부실계열사 지원 등을 위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사익편취규제, 신규순환출자 등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6월 국회서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또 “향후 대기업집단 소유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의무 등으로 자발적 해소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부실 계열사 지원사례 방지 및 3∼4세로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 차단을 위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의 조기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