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태욱 기자] “수해 때 이웃의 도움이 없었으면 재기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젠 우리가 보답할 차례지요.”
몇년 전 많이 내린 눈으로 큰 피해를 봤던 주민들이 수해 현장에 속속 달려와 보은(報恩)의 자원봉사활동을 펼쳐 이재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서로가 부족한 일손을 도와주는 품앗이의 전통이 자원봉사로 거듭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12월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를 당해 전 국민의 자원봉사로 이겨낸 충남 태안군이 이번엔 막대한 수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태안군 공무원과 해양경찰, 군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 등 95명은 최근 전세버스 세 대를 나눠타고 남태령 전원마을에 도착해 도로변에 쌓인 수목을 치우고 피해 주택이나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토사를 제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복구작업에 나온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군과 서초구는 2003년 자매결연을 한 사이다. 기름유출 사고때 서초구에서도 상당 기간에 걸쳐 기름제거 작업에 도움을 줬기 때문에 우리도 발벗고 돕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 태안지구협의회 소속 가양숙(55ㆍ여)씨는 “우리도 재난의 아픔을 알기에 자원봉사를 가자는 연락을 받고서 모든 일을 제쳐놓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진태구 태안군수도 현장에서 작업복을 챙겨 입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떠밀려온 토사를 제거했다. 태안군은 이날 1000만원 상당의 구호품도 서초구에 전달했다.
전남도 소방본부는 소방관 25명과 의용소방대 다섯 명, 차량 여덟 대를 경기도 동두천과 광주시 수해복구지역에 보내 복구 품앗이를 펼쳤다.
이어 지난 4일에는 동두천 중앙동에 충남 의용소방대 120명이 상경해 수해 피해 복구를 하며 수재민의 아픔을 달랬다.
광주시 곤지암천 수해복구 작업 중인 전남 소방본부 신향식(47) 인솔팀장은 “지난 2005년 전라도 지역에 폭설이 와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을 때 경기도에서 피해복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어려울 때 이웃을 돕는 조상들의 품앗이 전통을 이어받아 전라남도에서도 경기도의 수해 피해지역 복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달려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 이재민은 “처음엔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이렇게 돌려받을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