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한국은행을 고민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는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둔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가속도를 내며 약해지고 있는 내수경기를 생각해 금리인상이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는 주장과 인플레 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혼재돼 나오고 있는 것.
양측 의견을 대표하는 두 분석가의 주장을 재구성했다.
◇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통화정책은 당연히 내수경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인플레 안정이지만, 금리라는 정책수단을 갖고 내수경기를 조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플레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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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국의 경기침체가 유럽과 일본의 경기하강으로 전이되면서 달러가치를 안정시키고 있습니다. 선진국 경기가 하강하면서 이머징 국가의 경기도 동반 둔화되고 있으며 이같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달러가치 안정이 더해지면서 유가는 하락세를 타고 있습니다. 유가가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당장 8월중에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그것으로 인한 유가 하락이 더해지면 적어도 그러한 상황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꺼놔도 좋을 것입니다.
일단 한은의 현 집행부라면 8~9월중에 인상을 감행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중앙은행의 의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민간의 인플레 심리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목적에서지요.
만약 이번 8월에 금리가 인상되면 추가 인상을 시사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한은이 일단 7월 시그널에 대한 체면치레를 하면서 추가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낮아지는 반면, 금리 인상으로 경기나 금융시장이 짊어지게 될 부담에 대한 여론은 좀 더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 한번 올라간 물가가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일단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너도 나도 2~3차 파급효과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시중유동성을 거둬들이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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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걸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있다는 것입니다. 외환위기와 IT 버블 붕괴, 신용경색의 풍랑을 헤쳐왔지만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 수급논리에 비춰보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하여야 맞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국제유가가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추세 붕괴는커녕 오히려 추세선인 120일 이동평균선과 심리적 지지선인 120달러 위에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투기세력들이 힘을 잃었다고는 하나, 근본적인 문제인 달러약세가 해소되는 시기는 묘연합니다. 이대로 국제유가가 주저앉으면 좋겠지만 배럴당 147달러가 고점이 될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소비자물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물가 안정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입니다. 만약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낙관했다가 국제유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물가가 계속 치솟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말로 가면서 7%에 육박할지도 모릅니다. 한국은행은 경기침체의 주범이라는 당장의 비난을 두려워할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한 용단이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으려 할까요.
적기에 통화긴축이 단행되지 않으면 신용위험을 키우고 환율 불안을 높일 것입니다. 지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세를 막지 못하면 더 큰 신용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책적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8월과 9월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기사는 4일 오후 2시50분에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를 재출고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