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유전개발은 대부분 외국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운영하는 광구의 지분을 사들여서 배당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석유개발'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유전탐사와 개발 노하우가 전혀 없더라도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8월 LG상사가 카자흐스탄에서 아다 광구의 지분 45%를 인수하고 운영권을 따낸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LG상사는 이 지분을 석유공사와 절반씩 나눠갖고 한국 업체 최초로 카자흐스탄에서 직접 석유를 뽑아낼 꿈에 부풀어있다.
98년 오만의 부카유전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본격화된 LG상사의 해외유전개발 사업은 모두 장현식 상무(에너지사업부장)의 손끝을 거쳐갔다. 83년 입사후 91년부터 자원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몸을 담근 장 상무는 15년이 지난 지금 LG상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유전개발 전문가가 됐다.
장 상무는 해외 유전개발 사업을 위해 가장 시급한 요소로 전문인력 확보를 첫손에 꼽았다. 다음은 장현식 상무와의 일문일답.
▲해외 유전투자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은?
-해외 유전을 매입하고 탐사하는 일은 리스크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이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특히 경영자 입장에서는 성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인력이다. IMF 때 많은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도 줄였다. 그러나 최근 2~3년 간 유가가 많이 오르고, 석유사업 전문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력 수급에 불균형이 생겼다. 이게 모든 석유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 거리일 것이다.
인력을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해외 자원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12~13명 가운데 현재 5명이 카자흐스탄에 상주, 파견돼 있으며 나머지 7~8명은 국내에서 카자흐스탄 사업을 지원하거나 다른 신규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사실 메이저 기업과는 경쟁이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신규 자원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다. 새롭게 입사한 자원개발 전공자들도 충분한 경험과 기술을 획득하기 까지는 7~8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원투자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프로젝트는?
-오만 부카(Bukha)광구가 대표적인 경우일 것 같다. 지난 1997년 IMF 전에 들어가 최근까지 기대보다 더 큰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LG상사와 석유공사 등 한국 기업들로만 컨소시엄을 이뤄 생산에 성공한 베트남 11-2(가스전)도 상징성이 크다.
상사가 수출입을 통해 돈을 벌던 시기는 지났다. 앞으로 상사가 살 길은 투자와 트레이드인데, 수익성이 높은 트레이드를 위해서는 자기 물건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석유는 물론, 구리나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 개발에 나서게 된 것. 사실 최근 4~5년 간 투자가 집중되긴 했지만 해외 자원개발은 꽤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다.
▲내년이후에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방향과 계획은?
-중동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전개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석유뿐만 아니라 가스 개발에도 투자하고, 생산 가스를 이용한 석유화학 사업을 병행해 시너지를 노릴 생각이다. 지난해 오만에 석유화학 합작사를 설립한 것과 같은 방식의 오프테이크(off-take·해당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권리를 획득한 후 이 물품의 해외 수출을 담당)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유전개발 기업들이 유사시에 원유를 들여오는 것은 경제성이나 해당 광구의 계약조건, 정유사의 반발 등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에너지 자원은 해당 국가의 소유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자원개발을 해도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석유를 못 들여와도 기업이 자원개발로 수익을 내고 국가경제에 보탬이 된다면, 다시 그 돈으로 석유를 사올 수 있는 문제 아닌가. 가격이 문제일 뿐 법적 제약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에너지 독립은 기업의 자원 개발뿐만 아니라 국가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떤 정책이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유전개발 사업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성공불융자(사업 실패시 융자금 감면)를 통해 사업비의 80%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 소진으로 실질적으로 40% 수준밖에 지원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현재 민간기업의 경우 상당 금액의 투자를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데, 사업에서 실패할 경우 피해가 매우 커지게 된다. 고시 비율(80%)만큼의 실질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현식(張玄植) 상무 약력
-1956년 11월 8일 생
-부산고, 연세대학교 지질학과 졸업
-1983년 10월 LG상사 입사
-LG상사 자원개발/프로젝트팀(91.4 ~ 99.12)
-LG상사 에너지팀/자원개발TFT장(00.1 ~ 04.12)
-LG상사 에너지사업부장(05.1 ~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