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증권사들이 대표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소액결제시스템에 참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입법예고됐지만, 이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의 참여를 허용했다간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쪽과 위험이 전혀 없다는 쪽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또 포괄주의와 겸영에 따른 감독기능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증권사 지급결제 참여논란 `평행선`
증권사들에게 지급결제 기능을 일부 부여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대해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의 대리전이 뜨겁다.
12일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자본시장통합법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금융연구원과 증권연구원은 양측의 입장을 대변해 찬반양론을 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대표기관 방식으로 결제시스템에 일부 참여할 경우 현재의 가상계좌 방식에 비해 이용자 편의성은 나아지지 않고 수수료 절감효과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율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제비용이 증가할 뿐이지만, 안전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제시스템은 붕괴되고 만다"며 "효율성을 위해 안전성을 희생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김 위원은 "증권사들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증권업 자체에 있으며 증권업 내부 발전 동력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투자회사의 소액결제 참여는 위탁계좌 전체가 아닌 현금인출 가능한 고객예탁금에 대해서만 지급결제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예탁금은 전액 증권금융에 예치되도록 규정돼 예금자보호 대상으로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증권결제시스템과 소액결제시스템이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에 증권결제시스템의 위험이 소액결제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전혀 없고 주식시장 변동과도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은행의 고유업무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급결제는 예금과는 별개 기능으로 분리(unbundling)될 수 있는 기능이라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허용을 은행의 고유업무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전체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참가를 불허하는 것은 시장봉쇄(market foreclosure)이며, 권역간의 공정경쟁 기반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포괄주의 따른 감독·투자자보호 `미흡`
포괄주의와 겸영으로 대변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는데 따르는 감독기능과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자유화와 포괄주의 규제원칙으로의 전환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의 여부는 감독당국의 운용자세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며 "진입이나 부수업무 규제 등이 전향적으로 운용되지 않으면 자유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겸영과 업무범위 확대는 이해 상충 행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정보 차단벽(차이니즈 월)은 감독당국의 지속적인 이해상충 행위에 대한 감독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장기간 숙성과 진화를 허용할 여유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차이니즈 월의 모범적인 구축이 어떤 방식으로 가속화될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위법행위 신고시 처리절차와 설명의무를 법률에 명문화하는 등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을 강화하고, 감독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강제방안도 법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감독권한이 법에 있지만,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사실상 직무유기를 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상시적이지 않은 감사원 감사 뿐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집합투자업자가 환매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 "투자자의 이익침해와 직결되는 사안인데도 금융감독당국이 판단하지 않고 집합투자업자에게 판단을 맡긴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어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업자)에 대해서는 단순히 선관주의 의무(duty of care)가 있지만,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처벌하기 어렵다"며 "보다 강한 충실의무(fiduciary duty)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