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청신호)⑤큰 흐름이 바뀐다

전미영 기자I 2003.05.19 13:22:47
[edaily 전미영기자] 산업 발전에 역사적인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기술 혁명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상품에서 서비스로 중심 축이 옮아간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산업 역시 1860년대 미국 철도 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도 발전의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철도 차량 제작업체들이나 철도 운영 사업자들은 현재의 IT업체들처럼 거품과 막대한 부채, 스캔들과 맞닥뜨렸다. 대신 철도라는 새로운 인프라를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낸 기업들이 철도 붐의 진정한 승자가 됐다. 대표적인 예가 식품업체 시어스로벅. 우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철도를 이용해 시골 상점까지 배달하면서 이 회사는 급속히 성장했다. 라디오 붐도 비슷한 경우다. 역시 라디오 기기 제조업체들이 아니라 CBS와 같은 방송사들이 버블 이후의 승리자가 됐다. ◇서비스가 키워드 IT산업도 같은 경로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최근 "고객 주도의 IT"(Customer-DrivenI)"란 책을 펴낸 데이빗 모쉘라는 은행과 보험사, 출판사와 같은 전통적인 기업들이 새로운 IT 서비스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구매하던 이런 전통기업들이 스스로 IT 가치를 창출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 모쉘라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온라인뱅킹 사이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 서비스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IT 기업들은 산업의 큰 흐름이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버 판매를 통해 닷컴 붐이 일었을 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선마이크시스템즈는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닷넷(.Net) 전략 역시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IBM이다. IBM은 2000년 자사 이익에서 29%를 차지했던 하드웨어 비중이 2005년엔 18%로 떨어지고 반면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29%에서 4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의 비중도 13%에서 17%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예상에 따라 IBM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일본 히타치에 매각했고 대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 부문을 사들였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IBM은 "IT서비스를 병행하는 테크놀로지 벤더"에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도 함께 판매하는 비즈니스컨설팅 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재편 가속화 IT산업의 중심축이 서비스로 이전함에 따라 업계 재편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00년~2004년 5년동안 IT벤더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프트웨업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실리콘밸리 업체들중 최소 1000개는 파산해야 한다"는 말로 표현한 적 있다. 이 또한 산업 성숙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카네기멀론대의 경제사학자 스티븐 클레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었다. 1909년 274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자동차 업체의 수는 1918년 121개로 줄었고 1955년엔 7개만이 남았다. ◇"가지 않은 길"의 가능성 거품은 터지고 말았지만 닷컴붐이 일었던 시기에 이뤄진 모든 시도를 실패라고 말하긴 이르다.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자 최근호에서 "버블 시대에 시도됐던 아이디어들이 돌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다수 기업간(B2B) 마켓플레이스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비효율적인 공급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금 다수 개별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IT는 이전의 자동차나 전기 혁명과는 달리 사회 전체의 변하를 포괄할 만한 무한한 기술 영역을 담고 있다. 그 만큼 아직 "가지 않은 길"이 많다. 무선통신에 대한 투자 역시 아직 종착점이 확인되지 않은 길 가운데 하나다. 웹 사용자들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시시때때로 인터넷에 접속하려 할 것이란 가정은 IT업계가 이전에 세운 가정과 마찬가지로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IT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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