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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IMF는 이날 스리랑카에 대해 재정 건전화 등 IMF가 주문하는 경제 개혁을 이행한다는 전제 하에 48개월 간 3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IMF는 스리랑카가 3억 3300만달러(4350억원)를 즉시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구제금융 결정 이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우리의 개혁 의제를 달성하기 위해 철저한 투명성을 약속한다”며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이 비전을 이루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지난해 4월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 짓기 전까지 대외부채 상환을 중단한다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코로나19로 국가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이 무너지면서 빚을 갚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IMF는 스리랑카의 대외 부채가 올해 말 기준 560억달러(약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60%가 넘는 액수다.
IMF는 스리랑카에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최대 채권국인 중국으로부터 지원 약속을 받아오라고 요구해왔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중국에서 빌린 자금은 2022년 말 약 74억달러(약 9조 6163억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차입한 인프라 건설 자금이 대부분이다.
그간 중국은 스리랑카의 부채 경감에 소극적이었다. 특정 국가에 채무를 경감해주면 다른 채무국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어서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신흥국에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줘 빚더미에 앉혀놓고 수습에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리랑카 등 신흥국 부채 문제가 미·중 갈등으로 번지자 중국도 한발 물러섰다. 스리랑카의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중국 수출입은행은 올해 초 부채 상환 2년 유예를 제안했다. 이후 IMF 구제금융 협상도 급물살을 탔다.
IMF 구제금융으로 우선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스리랑카 앞에 놓인 미래는 가시밭길이다. IMF는 지난해(-8.7%)에 이어 올해(-3.0%)에도 스리랑카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월 인플레이션도 50.6%에 달한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관광 수요가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우디샨 조나스 캐피털얼라이언스 수석 전략가는 “외부 자금이 조달되면 국내 차입 요건이 완화돼 국내 금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이번 스리랑카 구제금융은 가나, 잠비아, 파키스탄 등 다른 개발도상국 부채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국가 역시 외채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빌린 상태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국제적인 부채 문제 해결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