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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중국이 누리고 있는 불공정한 우위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중국의 통화 가치 평가 절하 목적이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우위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이날 결정은 전날 역내외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후 나온 조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저지하는 심리적 방어선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 중국 정부 역시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개입을 통해 달러-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지 않도록 조정해왔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중국 베이징에서의 무역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중국은 곧바로 맞보복 원칙을 천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4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간 환율을 올해 들어 처음으로 6.9위안 이상으로 올리면서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인민은행이 중간 환율을 7위안의 턱밑 수준으로 지정하자 시장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위안화 약세-달러 강세 흐름이 가속화됐다.
이후 인민은행은 발표한 성명에서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조치 및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오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섰다”며 “이는 시장의 수급과 국제 환율 시장의 파동의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위안화 약세는 전적으로 ‘미국 탓’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강경 대응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5월 발표한 환율 보고서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중국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이 아닌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통상대로라면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여부를 정하는 시점은 올해 10월께 쯤이어야 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중국에 대한 평가를 바꾼 것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교역촉진법에 의해 미국과 해당국은 1년간 양자협의를 갖는다.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외원조 관련 자금 지원을 금지하거나 △해당 국가가 미국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거나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 등에 나설 수 있다. 또 IMF에 중국의 통화정책 관행을 감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중국의 경제력이 글로벌2(G2)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미국 조달시장에 대한 중국기업의 접근이 막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서 받게 되는 ‘패널티’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이 역시 내다보고 미리 새로운 카드를 준비해놨다. 바로 ‘상계관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경쟁력이 좋아진 외국기업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 정부가 산업보조금이나 덤핑 행위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한 적은 있으나 환율에 관련해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이미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과정에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협상카드’를 축적해놓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만약 상무부가 추진중인 방안이 최종확정되면 중국 상품에 상계관세를 요구하는 여러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율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중국이 자국 통화는 거의 역사적인 최저점까지 떨어뜨렸다. 우리는 이것을 통화 조작이라고 부른다”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는 듣고 있느냐”고 말했다. 연준 역시 빨리 금리를 내려 위안화 약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중국이 제 발등을 찍는 꼴을 낳을 걸( major violation which will greatly weaken China over time)!”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