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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GPU 기술이 올해 들어 세상을 뒤집어놨다. 바로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의 출현에 GPU가 적지 않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GPU는 그 이름처럼 그래픽, 즉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논리 회로로 구성돼있다. 기존에는 GPU만으로는 별도의 연산 작업이 어려웠고, CPU가 처리하는 연산 작업을 그래픽 신호로 바꿔 내보내는데 주력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GPU의 성능이 점차 발전하면서 어느 순간 연산 처리작업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GPU의 새로운 발견이 이뤄진 것. 여기에 GPU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프로세서보다 전력을 더 적게 사용한다. 전력 소모량이 줄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모바일에서는 배터리의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기업용 환경(서버·슈퍼컴퓨터)에서는 시설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상한다.
모바일에서는 기존 기술(x86 코어)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ARM 코어)이 등장해 GPU만으로 작동하는 제품이 등장하지 못했지만, 서버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는 빠르게 자리잡았다.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특히 엔비디아의 경우 슈퍼컴퓨팅 솔루션인 ‘젯슨(Jetson)’을 앞세워 다양한 활용도를 내놓으며 GPU 중심의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장한 GPU를 기반으로 AI와 가상화폐 열풍이 시작됐다. AI의 경우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개념이 등장하면서 GPU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영상 분석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이나 지능형 CC(폐쇄회로)TV, 더 나아가 스마트시티나 산업 현장의 안전까지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나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 분야의 성장에도 역시 GPU의 발전이 기여했다. 복잡한 수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가상화폐 채굴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GPU의 이런 올해 성과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더 이상 기존의 무거운 방식이 아니라, 민첩하고 날렵한 방식이 성공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첫 등장 이후 계속되던 CPU 중심의 흐름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틈새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기존의 덩치 키우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둘째는 열린 생태계의 확장성이다.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해가는 전략이다. GPU 제조사가 직접 모든 것을 하기보다는 관련 분야의 전문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저변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각자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면서 외부의 기술과 데이터를 응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빠른 속도’의 변화를 위해 여러 참여자가 시너지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GPU의 발전은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민함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우리에게 주문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는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다운사이징(Down-sizing)’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진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