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종합편성 채널의 개국으로 드라마 외주 제작시장의 파이가 커진 가운데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 제작사였던 초록뱀미디어, 팬엔터테인먼트, 삼화네트웍스 외에 키이스트 IHQ 등 연예인 매니지먼트 업체들이 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올 상반기 매출액 225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920%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초록뱀미디어는 올 상반기 KBS 주말드라마 ‘오작교 형제들’과 MBC 시트콤 ‘스탠바이’ SBS 오디션 프로그램 ‘K-POP 스타’ 등을 제작했다. 아울러 종합편성 채널 MBN의 예능 프로그램 ‘전국 퀴즈 선수권대회’와 케이블 방송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등의 제작도 담당했다. 종편 채널의 개국으로 외주 제작시장이 커지면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영상 콘텐츠를 납품할 고객사가 늘어난 효과가 매출 증대에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외주 제작사의 협상력도 높아졌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2009년 문화방송과 ‘지붕뚫고 하이킥’ 제작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회당 제작비는 24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화방송과 ‘하이킥3’를 계약할 때 회당 제작비는 6600만원으로 산정했다. 드라마 ‘주몽’ ‘올인’ ‘추노’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 등으로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초록뱀미디어는 외주 제작 시장의 성장과 함께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초록뱀미디어와 함께 팬엔터테인먼트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뿐만 아니라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 ‘각시탈’, 그리고 MBN 드라마 ‘사랑도 돈이 되나요’ 등도 제작했다. 덕분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고, 영업이익은 570% 급증했다.
김지나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를 품은 달’을 시작으로 현재 방영 중인 ‘각시탈’까지 연달아 고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이미 내년에도 주말극 2편과 미니시리즈 1편 편성을 받아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작 능력을 입증한 외주 제작사의 실적 개선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제작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방영된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성공으로 제작능력을 보여준 IHQ도 올 하반기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하는 등 기존 외주 제작사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특히 IHQ는 ‘뿌리깊은 나무’를 일본에 수출하면서 지난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받았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에 그쳤으나 해외 판권 수익 대부분이 이익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18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100만원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 20억원을 달성했다.
배우 김수현의 매니지먼트 업체 키이스트도 지난 19일 드라마 제작업체인 콘텐츠케이를 신설, 본격적으로 드라마 제작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드라마 ‘드림하이’ 등을 제작하면서 축적한 제작능력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이어 “키이스트가 올해 안으로 드라마 제작과 유통 등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전망”이라며 “연간 드라마 3편을 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실적이 악화된 외주 제작사도 있다. 초록뱀미디어, 팬앤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외주 제작시장을 이끌던 삼화네트웍스는 올 상반기 실적이 저조했다. 삼화네트웍스는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60%, 68% 줄었다.
국내 최초의 드라마 독립 제작사로 출발해 현재까지 약 60여편 이상을 제작한 삼화네트웍스는 올해 들어 지상파 방송국과 계약은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TV조선 드라마 ‘아버지가 미안하다’를 제작했으며 지난 6월에는 JTBC와 드라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