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지나치게 고가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업체의 명단 공개를 검토하겠다"
시민단체의 말이 아니다.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의 발언이다.
권 회장은 12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대정부 건의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체 정화 사업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회장은 '정부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기브 앤 테이크'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권홍사 회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A건설업체 한 임원은 "무슨 잣대로 고가 분양 업체 명단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기준부터 공개하라"며 "고가 분양업체 명단을 작성한다면 권홍사 회장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 권홍사 회장이 이끌고 있는 반도건설은 중견 건설업체로 고분양가 구설에 곧잘 오르내리는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도 반도건설은 평택 용이동에서 총 146가구 규모의 반도유보라를 분양하면서 비슷한 시점에 분양한 새 아파트보다 40% 이상 비싼 3.3㎡당 874만-1326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고분양가 단지로 거론된 바 있다. 결국 이 단지는 총 146가구 중 청약 건수는 2건에 그치는 청약 결과를 낳기도 했다.
권 회장의 발언 배경도 논란거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창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질 때는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협회가 나서서 업체들을 단속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했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건설업체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고가 분양 업체로 명단에 오를 경우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가 느낄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