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국내 금리 하락 가능성은

박주식 기자I 2002.11.15 13:17:55
[edaily] 지난 6일 열린 미국의 연방 공개시장위원회는 연방기금 금리를 또다시 0.5%p 인하했다. 작년에 11차례나 인하하여 40년 이래 최저 금리를 만들어 놓은 데 이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금쯤 금리가 인상될 것을 전망하고 있었다. 1사분기 성장률이 7%에 달하고 작년한해 동안 충분한 금리인하가 이뤄졌기 때문에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전쟁위험이 점증하는 가운데 미국 주가가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아직 활기를 띠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에는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함으로써 그 동안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소비마저 무너지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주식시장 하락에 이어 부동산 시장마저 하락할 경우 미국 경제는 디플레에 빠질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마저 제기 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심리악화가 비관적인 전망을 낳고 비관론이 다시 심리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을 단절시키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금리 인하 조치가 이뤄진 다음 날 우리나라에서도 기준 콜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물경제의 부진을 고려하여 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지만 향후에도 현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연초부터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냈었는데 그런 기조로 복귀하여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실질금리로 본 한국 금리는 상당히 높은 수준

현재 국고채 금리나, 콜금리 수준 등 우리나라의 각종 금리 수준은 과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 금융시장에 저금리 기조가 정착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그러나 과거 수준에 비해 많이 낮아 지긴 했지만 투자수요, 물가상승률 등 각종 경제변수들이 과거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단순히 과거 수준과 비교하여 현재의 금리수준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림 1> 주요 금리수준의 장기간 변화추이


자료: 한국증권전산

국가간 자본유통이 자유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 변수만 고려하여 적정 금리 수준을 가늠하기 보다 국제간 금리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국가의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형성된다면 그 국가로 국제 자금이 급격히 이동함으로써 그 나라의 금리 수준을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는 시장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계 자금이 국내시장으로 슬금슬금 침투하는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한은이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콜금리는 연 4.25%이다.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1.25%이고, 일본의 재할인율이 0.1%인 것을 보면 국제기준으로 볼 때 우리 콜금리가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금리 수준을 좀더 의미있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명목금리 수준보다 실질금리 수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무위험 명목 금리 수준은 예상 물가상승률과 실질금리로 구성되는데 물가상승률은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물가보상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금리 수준을 비교하면 자금공급자나 수요자가 진정으로 체감하는 수익과 비용을 비교하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상승률을 차감하는 형식으로 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상물가상승률을 산정하는 일이다. 사실 그 동안 한은에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는데 그 제일 근거는 물가불안 문제였다. 올 초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회복수준을 넘어 과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열후 부작용을 우려한 나머지 시시때때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 비쳤으며 실제로 5월 금통위에서는 때마침 꿈틀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 분위기에 맞춰 콜금리를 0.25%p 인상을 감행했다.

최근 까지 물가 동향을 보면 안정세로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작년 우리 나라 소비자 물가는 연평균 4.0% 상승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3%대에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물가 상승은 유가상승과 의료비 상승이 주도했으며 올해는 유가, 교통비 및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향후 물가는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우선 수요정체와 공급능력확대로 인해 공산품 가격 상승요인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유가도 이라크 문제 해결과 함께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의 부동산 가격안정세 역시 향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접국들의 디플레 압력이 전염되는 효과와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하락 등으로 디플레이션 발생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올 연말까지 물가는 3%대의 상승률을 보이겠지만 내년 초에는 2%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후 물가는 다시 경기회복세가 얼마나 튼튼하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 통계청]

<그림 3> 최근 부동산 가격 동향


자료: 국민은행

우리 나라 예상물가 상승률을 2.5%로 하고, 주요국별 물가상승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를 적용하여 실질금리 수준을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한국의 실질금리 수준은 대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업들이나 개인 채무자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금융비용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임을 의미한다.

<그림 4> 주요 국가의 실질 기준금리 추이 비교


자료: 각국 중앙은행, Datastream, Reuters

고금리 유지의 부작용

국내 실질 금리가 이처럼 국제 기준에 비해 높은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첫째, 국내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들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 부진에 직면한 각국들은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홍콩, 대만 등은 이미 금리를 인하한 상태이고 유로은행(ECB)도 11월중에는 금리를 동결키로 했지만 12월 회의에서는 인하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만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런 상태의 지속은 우리 기업들이 부담하는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국제경쟁력 유지에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둘째, 투자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기업들이 현존 영업에서 경쟁열위를 체감하게 되면 신규투자에서도 훨씬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최근 내외 상황은 기업 투자마인드를 얼어 붙게 할 만한 악재들이 즐비한 상태이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가능성은 이미 현실화 된 것으로 보는 단계이고 북한핵 문제로 터져 나온 위험은 향후 전개방향을 추정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셋째, 실질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올 들어 진행된 주가하락으로 인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보유자산이 감소되는 시련을 겪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의 방향은 이들 자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은 동일한 상태에서 금리가 낮아 지면 이들 자산의 가격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높은 금리수준이 유지된다는 것은 이들 자산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거나 하락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 자산이 지나치게 상승하여 버블을 형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 가격이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이들 자산가격이 장기 하락 또는 단기적으로 급격한 하락세에 빠지게 되면 이들 자산 보유자들의 소비심리를 억제하는 역자산 효과(reverse wealth effect)가 발생하여 경기회복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여유자금을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으로 굴리는 것을 선호해 왔기 때문에 주식가격 하락에 비해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할 것이다. 88년 이후 주가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보면 주가 1% 상승은 소비를 0.11%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선진국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부동산의 자산효과는 주식의 1.5배 정도로 추정된다.

고금리로 인한 소비위축은 역자산효과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부채를 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짐으로써 가계의 금융비용 이외의 가처분소득 증대기회도 상실하게 된다. 그만큼 소비진작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시장의 힘에 의해서 고금리는 해소압력을 받을 것이다

경제상황이 불확실하게 돌아가면 확정소득의 상대적 가치는 높아진다. 확정소득을 제공하는 자산, 즉 채권이나 예금 등에 대해 그만큼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자금을 소요하는 투자자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번 살펴 보자. 전쟁위험 등 상황이 불확실하면 투자를 자제하게 된다. 현금 보유가 많아 본원적 기업 활동에 의한 수입보다 금융수입에 관심이 더 많은 기업들은 몰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금 수요자로서 금융수입보다는 금융비용을 발생하는 처지이다.

현재의 고조된 위험상황은 적극적 투자를 통해 국민 경제에 계속 기여하는 기업활동에 대해 좀더 높은 보상을 주거나 그 활동에 따르는 비용을 경감해 줄 것을 요구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향후 경기상황이 불투명하면 할수록 고용사정도 역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고 임금인상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워 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리가 은행 수신금리 및 장기채권 수익률 위주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마인드와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돈이 생기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예금으로 집어넣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은행 예금 잔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자금이 은행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은행은 이 돈을 마땅히 굴릴 곳이 없어 고민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개인들은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 어떤 소비자들은 소비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카드사용 억제, 가계대출 억제 등으로 가계신용이 위축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출은 줄어 들고 예금은 계속 증가한다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은행 여수신 금리가 하락하면 장기채권, 그리고 단기채권에도 하락압력을 주게 될 것이다. 이처럼 다른 모든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 조성되면 콜금리마저 하락압력을 받을 지 모른다.


주식시장의 시사점

여러모로 볼 때 향후 금리는 인하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경감되기 때문에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그만큼 기업가치가 올라간다. 밸류에이션 상의 메리트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금리가 인하되면 부채를 짊어 지고 있는 가계의 부담도 경감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증가된다는 의미가 되므로 이는 소비부진을 완화하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처분 소득의 증가 뿐만 아니라 금리하락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의 상승 또는 안정세가 형성될 경우 그 동안 역자산효과에 의한 심리적 압박으로부터도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경우 금리는 지금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주식투자자들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에 금리 상승은 기업실적 호전으로 인한 주가상승세와 동반하여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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