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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연준 인사의 발언까지 나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3월 비농업고용이 전월대비 무려 30만3000건이 늘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추정치는 20만건 증가였는데 50%를 웃돈 수치다. 12개월 월평균 증가폭인 23만1000건도 크게 웃돌았다. 고용이 늘다 보니 실업률도 3.9%에서 3.8%로 떨어졌다. 점차 고용시장이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덜 가속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미셸 보먼 미 연준 이사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싱크탱크 맨해튼 인스티튜트 주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반등한다면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할 필요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보먼 이사는 연준 구성원 중 가장 매파 성향(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힌다. 앞서 연준 내 매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고용시간이 뜨거운 배경은 이민자 유입 효과가 컸던 만큼 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고용공급이 늘어나면 임금상승률을 억제할 수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기업들은 더 싼값에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FHN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로우는 “이민이 늘수록 사람들이 먹고, 생활하면서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대체로 더 많은 노동력은 임금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임금상승률은 0.3% 아래에서 억제되고 있다. 지난 3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3% 올랐다. 지난 1월(0.1%) 대비 상승속도가 빨라졌지만, 시장예상치에는 부합했다. 전년대비로는 4.1% 올랐는데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HSBC의 맥스 케트너 전략가는 “중요한 것은 임금상승률”이라며 “임금상승률이 지난 몇달처럼 0.4%, 0.5%씩 오르지 않는 한 신규고용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몇 달간 고용 호조를 더 이상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민으로 인해 강한 고용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임금상승 가능성만 적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파월 의장의 시각이다.
파월 의장은 3일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주최 포럼 강연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이민이 경제가 더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고용시장이 뜨거워도 물가만 연준이 바라는 2% 목표치로 향한다면 올해 세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파월 의장과 다른 연준 관계자들도 고용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앞으로 몇 달 동안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6월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