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키이우 탈환했지만…곳곳서 드러난 전쟁범죄 참상
한나 말리아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침략자인 러시아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 키이우 전체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차, 이르핀, 호스토멜 및 전체 키이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모두 퇴각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러시아군이 통제했던 부차와 호스토멜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장갑차를 탄 우크라이나 경찰팀이 파괴된 건물과 자동차 사이로 순찰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대규모 학살 등 러시아군이 행한 잔혹한 전쟁범죄 참상이 속속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은 이날 트위터에 올라온 부차 촬영 영상을 확인한 뒤 곳곳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시신들 중 일부는 흰 천으로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었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른쪽으로 돌려고 했던 자세 그대로 숨진 시신도 있었다.
한 여성은 남편 시신을 수습하려다 러시아군으로부터 총살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어린이들을 차량 앞에 태워 ‘인간 방패’로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AFP와 전화통화에서 “약 270명의 지역 주민들이 두 개의 공동 묘지에 묻혔다. 40여명이 거리에 흩어져 있었지만 정확한 집계가 어려웠다”며 “시신 중 일부는 손이 묶여 있거나 머리 뒤쪽에 총상을 입었다. 손목이 결박된 상태로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후퇴하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거주지에 지뢰를 설치하고 철사를 깔고 부비트랩에 속에 시체를 놓아뒀다”고 맹비난했다.
|
◇“푸틴, 전략 수정…5월 9일 승리선언 위해 동부 장악 집중”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전체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것인지, 러시아군이 자발적으로 철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가 5월 초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장악에 집중하기 위해 침공 전략을 수정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들은 이날 CNN에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에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동부 지역을 장악하는데 집중, 전쟁 전략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확실한 성공을 위해 새로운 총사령관 지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매년 5월 9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의 항복을 기념하는 매우 중요한 휴일이다.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비롯해 각종 기념행사가 개최된다.
러시아의 전략 수정에 대응해 미국도 우크라이나군 동부 전선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동부 지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 보유한 소련제 T-72 탱크를 수일내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미 국방부는 전투용 드론, 장갑 험비, 기관총, 상업용 위성 영상장비, 전술 보안 통신 시스템, 열영상 시스템 등 3억달러(약 3660억원)규모의 군수품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직접 협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이날 TV연설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제외한 우리의 모든 입장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상회담 가능성도 내비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