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퇴위 거부하고 쿠데타 군부와 과도정부 논의중

차예지 기자I 2017.11.17 10:08:22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가택연금 상태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정권이양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짐바브웨 군부 소식통을 인용 “그들(군부와 무가베 대통령)은 오늘 만났다. 무가베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짐바브웨헤럴드는 수도 하라레에 있는 대통령 사저에서 무가베 대통령과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수장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이 웃으며 함께 서 있는 모습 등 몇 장의 사진을 실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가 보낸 대표 2명과 무가베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가톨릭 사제 피델리스 무쿠노리 신부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무가베 대통령과 군부의 정권이양 협상 중재자로 보인다.

이번 군부 쿠데타의 결정적 계기가 된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52)의 모습은 없었다. 쿠데타 직후 일각에서는 그레이스 여사가 나미비아로 피신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소식통들은 그가 여전히 하레레의 사저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을 강제로 퇴진시킬 수도 있겠지만 비록 형식적이라고 할지라도 무가베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명예롭게 퇴위하도록 협상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통치 기간이 길었고 문제도 많았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기는 했지만 아프리카를 (백인 통치로부터) 해방시킨 마지막 남은 지도자 중 한 명인 무가베 대통령은 여전히 집권당 내부와 아프리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BBC는 협상 내용을 잘 아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 무가베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자신의 임기를 마치겠다고 버티면서 야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과도정부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력한 후임자로 꼽히는 인물은 수십년간 무가베 대통령의 측근이었으나 최근 경질돼 해외로 망명한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다. 그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보도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