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말 많은 흑표전차의 심장 '파워팩', 국산화 가능할까?

김관용 기자I 2017.03.19 15:07:26

독일제 파워팩 장착에서 2003년 국산화로 계획 변경
짧은 개발기간에 결함 속출, 결국 독일제 달고 1차 양산
품질검증 단계서 국산 파워팩 또 결함, 2차 양산 중단
"방산 선진국도 기술력 미미, 첫 도전에 격려 필요"
1500마력 전차 파워팩 개발 눈앞, 독일 이어 두 번째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노후 전차 대체와 기동 전력 강화를 위해 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K2 흑표전차 사업이 또 ‘파워팩’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국산화 중인 파워팩에서 또 결함이 발생해 2차 사업 양산이 중단된 것이다. 군은 2차 양산하는 106대와 3차 양산하는 118대부터 국산 파워팩을 장착할 계획이었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패키지다. 전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기술이다. K2 전차는 1995년 개발이 시작됐지만 잇딴 국산 파워팩 결함으로 개발이 지연됐다. 이에 우리 군은 K2 전차 1차 양산 사업 100여대에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해 2014년 실전배치했다.

육군 20기계화보병사단의 K2 흑표전차가 전투정찰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육군]
◇K2 전차 파워팩, 양산 앞두고 또 결함

19일 군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2 전차 파워팩에 장착하는 독일 업체 ZF사의 일부 구성품에 결함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품질검사를 한 달째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ZF사가 공급한 볼트에 금이 가 파워팩의 정상 작동에 필요한 압력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를 일으킨 K-2 전차는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2차 양산분의 첫 제품이다. 이번 결함은 최초 생산품 검사 중 변속기의 내구도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최초 생산품 검사는 무기 체계 개발을 완료한 뒤 양산 과정에서 나온 초기 시제품 검사 단계다. 엔진과 변속기에 대한 단품 내구도 검사와 성능검사, 주행성능 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을 때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K2 전차의 엔진 단품 내구도 검사는 끝났지만 이번 결함 발생으로 변속기 단품 내구도 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미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서 ”이번 문제는 양산을 앞두고 품질 보증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함 발생으로 품질 검사 과정이 중단되긴 했지만 국산 파워팩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 흑표전차가 포탄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3년만에 개발하라고?…예고된 국산 파워팩 결함

K2 전차의 파워팩을 국산화 하기 위해 쏟아부은 비용은 128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725억원, 업체가 555억원을 부담했다. K2 전차 체계개발 업체는 현대로템(064350)이지만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042670)에서, 변속기는 S&T중공업(003570)이 담당한다.

당초 K2 전차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파워팩 국산화를 위한 기술 기반이 취약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 파워팩도 국산화 하기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2005년 파워팩 국내 개발이 시작됐다.

그러나 파워팩 연구개발 계획을 세우면서 기간을 3년으로 잡았다. 무리해서 기간을 잡은 탓에 국산 파워팩은 잇딴 결함 논란에 시달려야만 했다. 냉각팬 불량으로 인한 엔진 과열, 변속기 불량으로 인한 기어 변속 불능, 조향장치 불량으로 인한 방향 전환 불능, 오일 냉각기 균열로 인한 누유, 엔진 실린더 파손 등이 수시로 발생했다. 2009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124건의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

파워팩 국산 개발 지연에 따라 전차 전력화 시기가 늦어지자 군 당국은 K2 전차 전체 1차 양산분에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하고 2차 양산분부터 국산 파워팩을 달기로 했다.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전차들이 훈련에서 적진을 향해 기동하고 있다. [사진=육군]
◇“독일도 1500마력 파워팩 개발 13년 걸려”

이 과정에서 국산 파워팩이 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군 당국이 평가 기준을 완화해 업체에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군은 당초 파워팩 국내 개발을 추진하면서 시속 32km까지 8초 이내에 도달하는 엔진성능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산 파워팩은 8.7초가 걸려 요구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군은 파워팩의 가속성능 기준을 8초에서 9초로 낮췄다. 2017년 예정된 2차 전력화 시점을 더 이상 미룰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미 방사청은 현대로템과 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K2 전차 2차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파워팩 논란과 관련, 국내 기술로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비판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500마력의 전차 파워팩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독일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개발에 성공할 경우 세계에서 두 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국산 전차인 K1 및 K1A1의 경우 1200 마력 파워팩을 사용하는데 이 또한 독일 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차 파워팩은 최첨단 기술로 방산 선진국들도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한 편“이라면서 ”독일도 1500마력 파워팩 개발에 13년이나 걸렸다“고 전했다. 국산 파워팩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만큼 질타 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산 파워팩의 경우 대당 약 12억원으로 독일제 17억원보다 약 5억원정도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 체계는 구매 비용보다 운용유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점에서 국산 전차에 국산 파워팩을 장착할 경우 경제적 이익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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