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저성장·저금리 환경에 처한 국내 은행권이 일본의 은행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연구원은 10일 ‘저성장기 국내은행 경영전략, 일본 은행의 경험에서’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저성장·저물가 및 그에 따른 저금리는 은행의 경영 환경을 비우호적으로 바꾸고 불확실성을 크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들의 수익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전년대비 각각 39.3%, 19.5% 줄어들며 급격히 하락했고, 2012년 유럽재정위기 이후 또다시 하락세를 실현하며 수익성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지며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대 중반까지 하락했고, 수수료 수익 비중이 낮고 예대마진 중심 경영을 하는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은행들의 기업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해운·철강 등 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졌고, 가계부채 중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주택가격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며 “저성장·저금리 체제에서 은행은 과거와 다른 경영전략을 추구해야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이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우리나라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일본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원근 연구위원은 “1990년 초부터 일본 내 불황이 장기화하며 일본 은행들은 10여년간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뒤늦은 구조조정 이후 200년대 중반부터 수수료 수익 증대, 해외영업 확대 등으로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더 큰 비용을 치루게 한다는 것을 일본의 경험에서도 배울 수 있다”며 “은행이 기업의 리스크를 항상 파악해 자금공급과 금리에 반영하고, 상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연구위원은 또 “수수료 수익 비중이 전체 수익의 12.1%에 불과한 한국 은행들로서는 순이자마진 하락의 충격을 흡수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며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고객 중심의 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된 만큼 해외진출 여건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현지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의 인프라금융 등 장기 대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