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발기부전과 조루를 동시에 치료하는 복합제 개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도 조루치료제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자 제약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발기부전과 조루를 동시에 치료하는 제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006120)은 자체개발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와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를 섞어 만든 복합제 ‘SID123’의 임상2상시험에 착수했다. 이 제품은 조루와 발기부전을 동시에 치료하는 약물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환자가 발기부전치료제와 조루치료제를 동시에 복용했을 때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 후 복합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기부전+조루’ 복합제 개발에 착수한 것은 SK케미칼이 국내에서 두 번째다. 씨티씨바이오(060590)가 지난해 자체개발한 조루치료제 ‘칸덴시아’에 ‘비아그라’를 결합한 제품의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토종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보유한 동아에스티도 복합제 개발을 검토 중이다.
제약사들이 발기부전과 조루를 동시에 치료하는 복합제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남성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발기부전환자의 50%는 조루증세를 동반하고, 조루증환자의 57%가 발기부전을 함께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약물로 조루와 발기부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되면 효과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제약사의 계산이다. 이미 다수의 국내 업체들이 씨티씨바이오가 개발 중인 복합제의 판권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 조루치료제의 시장 확대를 이끌겠다는 노림수도 깔려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제약사들이 조루치료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지만 처방현장에서의 반응은 냉담했다.
의약품 조사 기관 IMS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조루치료제 시장 규모는 9억1260만원에 불과했다. 최초의 조루치료제 ‘프릴리지’가 6억원대, 동아에스티의 네노마가 1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나머지 제품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치료제가 연간 1000억원 가량 팔리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프릴리지’는 두 번째 공략에도 성적이 신통치 못하다. 지난 2009년 한국얀센이 프릴리지를 발매했지만 부진을 거듭하다 판권을 원 개발사 메나리니에 돌려줬고 메나리니가 지난해 프릴리지의 가격을 30% 낮춰 재발매했다.
동아에스티,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국내업체 8곳도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한 ‘칸덴시아’의 판권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며 조루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격을 기존 제품의 20~30% 수준인 2000원대까지 낮췄음에도 아직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루가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많지 않아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처방을 받지 않는다”라면서 “질병에 대한 인식개선 홍보와 함께 복합제 개발과 같은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하면 조루치료제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