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6월 24일 14시 5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대한통운(000120) 인수전에서 삼성그룹이 범삼성가(家)의 `장손` 이재현 회장을 제쳐두고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CJ(001040)그룹에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특히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삼성SDS는 이재용 사장(8.8%)를 필두로 삼성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17.2%에 달하는 곳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삼성 오너일가의 판단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고, 때문에 CJ그룹 내에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CJ그룹의 완주 여부다.
정서적 충격을 수습하더라도 대한통운 인수전 완주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수자문사 역할을 해왔던 삼성증권과의 자문계약 해지 때문이다. 앞서 CJ는 지난 3월부터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와 함께 삼성증권을 공동 재무자문사로 선정해 대한통한 인수전을 준비해왔다. 모건스탠리는 CJ투자증권 매각자문과 온미디어 인수자문을 담당하는 등 최근 CJ의 M&A전략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인연으로 주관사에 선정된 곳이다.
반면 삼성증권이 자문사로 낙점된 것은 CJ가 보유한 삼성생명(032830) 지분(5.5%) 문제와 연계시키는 시각이 우세했다. CJ그룹으로서 1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생명 지분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핵심 재원이었고, 이를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증권이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증권의 자문은 곧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삼성그룹이 우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립을 지킨다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본입찰을 목전에 둔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일반적인 M&A딜에서 재무자문사는 인수가격 판단의 기준이 되는 기업 가치평가는 물론 인수자금 조달 구조까지 전반적인 사항에 관여한다. CJ와 삼성증권의 자문계약은 본입찰 직전까지 유지됐기 때문에 최종입찰가격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입찰 관련 정보들이 적지 않게 공유됐을 가능성이 높다.
CJ 관계자는 "본입찰에 임박해 자문계약이 해지되면서, 삼성그룹 측으로 입찰 정보가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인수가 등 핵심 전략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 본입찰까지 남은 시간은 사흘. 선택의 기로에 놓인 CJ가 인수의지를 굽히지 않고 정면 승부를 선택한다면 공격적인 베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가격요소에서 포스코-삼성 컨소시엄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승부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고가 인수는 후폭풍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반대로 CJ가 본입찰 불참을 결정한다면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물류부문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성장전략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존 물류회사인 CJ GLS의 조속한 상장 등도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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