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한국은행이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004940) 인수와 관련해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다. 한은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과정에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지만, 위기가 끝났음에도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은은 현재 외환은행 지분 6.12%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지난 1967년 한은의 100% 출자로 설립된 외환은행은 1989년 한국외환은행법 폐지로 특수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했다. 이때까지 외환은행 증자 등에 한은이 투입한 돈이 3950억원(자본금)이다.
외환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바뀐지 10년이 지났어도 한은의 자금지원은 계속됐다. 지난 1999년 한은은 수출입은행에 7000억원을 출자하고 이 가운데 3300억원을 외환은행 자본확충에 사용하도록 했다. 이듬해에도 한은은 2000억원을 수출입은행에 증자해주는 방식으로 외환은행 자본확충을 우회 지원했다.
이런 식으로 한은이 외환은행에 쏟아부은 돈만 대략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은은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현재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을 팔 경우 일정부분 자본회수가 가능하지만, 하나금융이 한은 지분까지 사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선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51.02%)만 사들여도 충분히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은은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끼워팔기 권리(태그얼롱·tag along option)가 없다. 태그얼롱은 대주주인 론스타가 지분을 팔면 자신의 보유지분을 같이 팔 수 있는 권리다. 수출입은행은 이 권리를 챙겼지만 한은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돈만 투입했지 구체적인 자본회수 전략은 세워두지 않았던 셈이다. 한은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의 매각 여부도 한은이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이 결정하게 돼있다.
한은은 하나은행과 관련해서도 할말이 많은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자본확충펀드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자본확충펀드의 재원이 세금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지만 한은이 돈을 찍어 자금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보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이 짊어져야한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정도로 국내은행들의 경영사정이 나아졌지만 한은은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지원한 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당시 자본확충펀드는 하나은행의 하이브리드채권을 사들였는데, 여기에는 발행사(하나은행)가 5년 이내에는 중도상환을 하지 않는 조건이 붙어있다. 따라서 하나은행 입장에선 당장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한은이 굳이 자금을 회수하려면 자본확충펀드가 보유한 채권을 시장에 내다팔면 되지만 하이브리드채권은 시장의 수요가 많지 않아 이 역시 녹록지 않다고 한다. 한은이 올해초 만기 도래한 자본확충펀드에 3조1000억원을 재대출한 것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채권을 사겠다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순리대로 하면 하나은행이 자본확충펀드에서 지원받은 돈을 먼저 갚고 인수합병(M&A) 등을 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하기가 어렵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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