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이 대두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부담을 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견조하다며 다소 마음을 놓는 경향도 없지 않다.
미 상무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 달 소매판매는 3803억달러로 전월대비 1.2% 증가해 지난 5월 이래 6개월래 최고폭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도 크게 웃돌았다. 전년 대비로도 5.2% 늘어 낙관론을 지지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연 향후에도 이같은 견조한 소비가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17일 지적했다. 하지만 소비가 떠받쳐줄 경우 경기침체도 막고, 주식시장도 뜰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는 줄일 듯"
신문은 특히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필수소비재 (Consumer staples)가 아닌,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나 고급 레스토랑, 골프공 등 임의소비재 (Consumer discretionary) 소비가 줄어들 경우 기업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잭 캐프레이 JP모간 프라이빗 뱅크 스트래티지스트는 "소비자들은 이번 주까지 홀리데이 시즌엔 지갑을 열겠지만, 향후 6개월에 걸쳐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쓸 지 재산정하면서 일부 분야에선 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상무부 발표에서도 소매 판매를 지지한 것 중 하나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주유소 매출이었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들의 매출은 6.8% 늘었는데, 유가 상승은 결국은 금융 위기와 집값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 닫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둔화 명약관화..`소비가 늘어날 여력 없어 보이는데..`
올들어 임의 소비재 부문 주가는 금융주와 더불어 고전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3.5% 오른 가운데 금융주가 20.8% 하락했고, 임의 소비재주가 13.6%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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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에너지주가 27.9% 올랐고, 수퍼마켓이나 할인점 등을 포함한 필수 소비재주도 12.5% 올라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클로버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매튜 카우플러는 최근 내년도 주식투자 계획안을 짜면서 내년엔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중소규모 투자은행인 키이프, 브루예트 & 우즈는 내년엔 소비가 이끄는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에따라 마스터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 업체를 포함해 다수의 소비재 기업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케이블 TV 업체인 컴캐스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기가 침체되면 가입자들이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해지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리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쿠트 칼은 이번 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0.3%로 추정하고, 내년엔 0.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야 전형적인 경기침체로 보고 있지만, 그래도 6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칼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 둔화가 소비를 줄어들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달 미국에선 9만4000개 일자리가 더 생겼다. 10월 17만개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덜 고용하는 환경이 계속되면 소비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