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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단일청산체제 `대치`..금융동맹 출범 늦춰질수도

이정훈 기자I 2014.03.12 10:51:55

EU 재무장관들, 부실판정 간소화-기금 조기출범 합의
의회는 반대입장 고수..獨정부와 기 싸움 양상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연합(EU) 각국이 합의했던 역내 은행권 단일 청산(정리)체제 구축을 둘러싸고 정부와 유럽 의회가 정치적 대립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EU 금융동맹(banking union)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각 국 정부들은 은행권 단일 청산체제 구축을 위한 의사결정을 간소화하고 청산기금 설립을 위한 자금 확보를 강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회는 이에 강하게 저항하는 형국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유로존 위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가로막는 대치국면을 해소하고 은행권 단일 청산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 의회 의원들에게 양보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보다 세부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재무장관들은 550억유로 규모의 단일 정리기금 설립에 속도를 내 앞으로 8년 이내에 자금 확충을 마무리짓기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합의했던 10년에서 2년이나 단축시킨 것이다.

그러나 정작 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료들은 이같은 원론적인 합의와 달리 심각한 비관론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의회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에는 이견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 개혁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미셸 바니에르 EU 집행위원회 금융담당 집행위원은 “회의에서 일부 진전이 있긴 했지만, EU 국가들과 의회간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도 확연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 EU 재무장관들은 지난해 12월 합의한 단일 청산체계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EU 재무장관들의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부실은행 처리나 기금 집행 등의 의사결정을 간소화하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금까지는 부실은행 청산 여부나 그에 대한 청산기금 집행을 독립된 청산위원회가 결정해도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를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의회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회는 EU 집행위원회가 최종 청산 결정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국 정부가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단일 정리기금 역시 출범 초기에 미리 550억유로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적어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각국 정부가 보증하는 크레딧 라인(신용한도)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세런 볼스 유럽 의회 금융위원장은 “최종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법안 내용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며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법안을 잘못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외교관들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개혁을 늦추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쇼이블레 장관은 “유럽 의회가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없으며, 어떤 규제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음달 말이면 회기가 끝나는 유럽 의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이 개혁법안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다면 EU 금융동맹이 약화되고 EU의 신뢰성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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