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삼성그룹 사장단이 한국 양궁의 성공 신화를 통해 세계 1위 제패와 수성의 비결을 배웠다.
삼성그룹은 10일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전 국가대표 감독)를 초청해 한국 양궁의 성공 신화 배경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고 밝혔다.
서 전무가 전한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중 하나는 장비 국산화. 지난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양궁에서 남자 양궁팀은 미국팀에 1점 차로 패배했었다.
당시 서 전무가 진단한 패인은 다름 아닌 활이었다. 국내 선수단은 미국제와 일본제 활을 쓰고 있었던 것. 해당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활의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개선된 제품을 다른 나라 선수에겐 공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국내에는 활을 만드는 회사 자체가 없었다. 장난감 활을 만드는 회사만 몇 군데 존재할 뿐이었다. 결국 장비의 문제가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던 것.
문제점을 인식한 국내 양궁 지도자 600여명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양궁 활을 국산화하지 않는다면 한국 양궁의 미래는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결론에 따라 국내 양궁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양궁 선수에 한해 1년간 유예기간을 주고 외국 활 사용을 금지했다.
당연히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국내 활 수준은 장난감 수준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 전무는 "그때 인터넷이 활성화돼 있었다면 국내 양궁계가 곤란한 지경에 처했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내 양궁계는 장난감 활을 만드는 회사를 설득해 국산화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국내 양궁계가 장난감 회사와 결탁했다는 모함이 나올 정도였다.
반전의 계기는 97년 외환위기였다. 외국산 활 가격이 350만원 수준에서 1000만원 수준까지 급등한 것. 일 년에 두 개 정도의 활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의 부담이 1300만원 가량 늘어난 셈이다.
외국산 활 가격이 비싸지자 국산화 시도가 현명한 판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국내 양궁팀이 국산 활을 가지고 총 4개의 금메달 중 3개를 휩쓸었다.
현재 전 세계 양궁 선수의 67%는 한국산 활을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33%는 한국산 활의 가격이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00% 점유율인 셈이다. 무모한 국산화 도전이 국내 양궁의 부흥과 수익성 모두를 가져왔던 셈이다.
한국 양궁 성공의 두번째 비결은 '독한 훈련'.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도 힘들지만 되고 나면 더 힘든 것이 한국 양궁이다. 양궁 대표들은 UDT등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숙식을 함께하며 똑같은 훈련을 받는다. 시차적응을 위해 새벽 2시에 갑자기 기상해 20여km를 달려야 한다.
서 전무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5가지 교훈을 삼성 사장단에 남겼다. ▲남 탓하지 말고 자신과 무한경쟁하라 ▲10년 앞을 상상하고 미래의 위기에 준비하는 통찰력을 발휘하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라 ▲리더는 경청해야 한다 ▲뜨거운 열정을 가져라 등이 그것이다.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은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의 경영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이 서 전무의 강의를 경청했다"며 "사장들은 수첩에 적어가며 들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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