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정부가 2일 올해 세제 개편안에 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그 방법과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의 방안이 실제 정부 정책으로 도입될 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잇따른 감세 정책으로 내년부터 세수입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세율 인하 혜택이 고소득·중산층 계층에 집중된다는 비판 때문에, 정책 입안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소득세 부담 완화' 공론화
정부는 이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경쟁국 동향 및 재정여건 등을 감안, 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소득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제당국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은 그동안 사견을 전제로 "소득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그 때 마다 재정부 세제실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해왔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소득세 부담완화 방안과 시기에 대해 "감세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힌 것으로 방법과 시기는 세제실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수 세제실장도 "일반론 차원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재정여건을 감안해 올해 세제 개편안을 확정,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당국자들의 발언과 달리 정부는 그간 다양한 형태의 소득세 인하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 중엔 소득세율 인하나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처럼 광범위한 납세자 계층의 세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 있는 반면 특정 계층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소득 공제 등의 조세 감면방안도 있다.
◇ 세율 1%포인트↓, 660만명 혜택, 1.7조 세수 감소
이 중에 물가연동제 도입은 정부가 기술적인 문제로 난색을 표명해 왔고,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지난해 이미 단행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소득세율 인하가 이뤄질 지가 초점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과표구간 별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를 약속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소득세율을 내리면 2000년 이후 세번째 인하다. 정부는 2002년과 2005년 과표구간별로 1~4%포인트, 1%포인트씩 두차례 세율을 인하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소득세 납부 대상자는 662만1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1259만5000명의 52.6%에 이른다. 현재 과표구간 별 8~35%인 소득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약 700여만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는 연간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 재정 건정성 점점 악화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세수 감소 효과를 감당할 수 있냐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재정여건만 따져봐서는 소득세율 인하는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 정부는 올해 유류세, 법인세, 세금 환급 대책 등 굵직굵직한 감세 대책들을 이미 발표, 내년부터 세수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법인세 5%포인트 인하로 4년간 8조7000억원의 세금이 항구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며, 올 초 유류세 인하로 1조3000억원, 긴급 할당관세 인하로 6000억원의 세수가 한시적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예정에 없던 근로자·자영업자 유가환금급 대책으로 3조1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세제실에서는 올해 소득세율 인하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소득세 부담 완화 방침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재정 건전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소득세율 인하 혜택이 중산층과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2006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중 47.4%가 면세점 이하로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세율을 인하해도 저소득층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뜻.
더욱이 소득세율을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면세점과 세율을 함께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여년만에 처음으로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하겠다"(강만수 장관)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세부담이 너무 많고, 저소득층은 너무 적은 구조를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는 설명. 이 경우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오히려 가중된다.
◇ 가능성은 반반..공은 정치권으로
하지만 같은 소득과세의 성격을 갖는 법인세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간 차이는 10%포인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6%포인트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향후 법인세를 5%포인트로 내리면 이 격차는 4.6%포인트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물가 인상에 따라 자동적으로 오르는 소득세 부담은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2002년, 2005년 세율 인하 시기를 제외하면 소득세 부담률이 매년 0.2%포인트 증가하므로 이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소득세율 인하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결국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소득세율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감세 카드를 이미 준비해 놓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정치권과 정부가 협의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