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증시결산)⑤바이오 `묻지마 투자`열풍

이진우 기자I 2005.12.27 14:47:37

황우석 바람타고 주가 급등..코스닥 활기 1등 공신
무차별 상승 논란..옥석가리기 진행될 듯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바이오는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골판지 회사였던 산성피앤씨가 세포치료제 연구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후 시가총액이 수천억원대로 뛰어 오르는 모습을 본 투자자들은 '바이오'와 관련된 종목이라면 일단 사고 보는 '묻지마 투자' 열풍을 재연했다.

바이오업종은 올해 코스닥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몰린 업종이다. 증자나 우회상장도 가장 활발했고, 이른바 바이오 관련주들의 시가총액의 합계는 5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주요 바이오관련기업 10개의 시가 총액은 2004년말 5736억원에서 05년 11월 2조 2382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 정부 측면지원에 '묻지마 투자' 재연..코스닥 활기 1등 공신

▲아직 수익은 나지 않으며 수익이 언제부터 날지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어떤 회사가 진짜인지 옥석을 가려줄만한 전문가가 없다.
▲정부에서 은근히(?) 밀어준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본 바이오 테마는 이랬다. 이런 특징은 2000년 인터넷 테마주들과 매우 흡사했다. 인터넷 주식이 '일단 회원만 모으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듯, 바이오 주식은 '일단 제품만 개발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깔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 바이오 제품들의 단가는 금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근거도 쉽게 찾기는 어려웠다.



한 증시 관계자는 "원래 크게 오르는 주식은 수익추정이 어렵고 전문가도 없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는 사업에서 나온다"며 "바이오주는 이런 특징을 골고루 갖춘데다 정부의 측면지원과 황우석 효과까지 겹쳐서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산성피앤씨 효과로 꿈틀거리던 바이오 관련주들은 올해초 정부가 내놓은 벤처 활성화 대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연구개발 전문 벤처들의 상장요건 완화와 장외 주식시장의 활성화는 말만 조금 복잡하게 했을 뿐 '바이오 주식을 사라'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은 못 벌어도 기술이 괜찮은 회사는 코스닥에 올려준다'는, 올해 새로 도입된 기술성 평가 제도를 통해 상장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이 모두 바이오 업체라는 점은 이같은 특례제도가 사실상 바이오 업체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도입한 제도였다는 점을 반증한다.

◇ 황우석 바람타고 훨훨..분위기에 약한 바이오

바이오 업종의 매력적인 '도박성'과 정부의 지원사격 분위기를 감지한 발빠른 투자자들은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업체를 찾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상장된 제약회사는 몇개 있었지만 상장된 바이오 회사는 없었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자금을 받아 연구개발에만 쏟아붓는 바이오 회사가 몇년씩 경상이익을 내서 상장심사를 통과했을 까닭이 없었다.

이때부터 시장은 장외 바이오업체에 투자한 상장회사 주식을 사는 '간접투자'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수십억원을 들여 장외 바이오벤처의 지분을 사면 그때부터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회사의 시가총액은 수백억원씩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인젠, 서울일렉트론, 큐앤에스, 대양이앤씨 등 바이오와는 무관한 업종을 영위하던 업체들이 '바이오 관련주'로 분류되기 시작하고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바이오 테마주의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바이오 업체들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와야 하지만,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인 바이오 벤처들이 이런 뉴스를 쏟아내기는 어려웠다. 그 역할은 결과적으로 황우석 교수가 맡았다.

바이오벤처들의 미래 전망에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은 황우석 교수의 '세계 최초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을 바이오 업체들의 전망이 밝다는 쪽으로 해석했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도 배아줄기세포의 형성과 배양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관련업체들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바이오 관련주들은 12월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이 발생하기 전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며 코스닥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돈 몰리면 결과물은 나오기 마련.."이제부터가 진짜"

황우석이라는 든든한 심리적 기둥을 잃어버린 바이오 테마주들의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엇갈린 시각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상당부분 올라버린 주가를 합리화시켜줄만한 결과물이 나올때까지 주가는 가격조정이든 기간조정이든 힘없는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많다.

증권사 시황전략팀에서는 황우석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이제는 우량 IT주식으로 갈아타라"는 조언을 강하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05년의 바이오 열풍이 과열이든 아니든, 바이오업계로서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시기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업체들의 약점은 수익모델의 부재로 인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어려웠다는 점"이라며 "여러 바이오벤처들이 우회상장과 증자로 자금을 마련한 만큼 몇년간은 안정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우석 파문으로 일부 연기되기는 했지만 코스닥의 대형 바이오업체들이 연말연초에 1000억원대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도 바이오 벤처들의 '돈 끌어모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은 인터넷업종과는 달리 돈을 부으면 반드시 결과물이 나오게 되어있다. 어찌보면 상당히 보수적인 산업이다. 황우석 박사가  

대신증권 정명진 애널리스트는 내년은 국내바이오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연구개발의 성과와 함께 실질적인 제휴를 활발히 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보증권 이혜린 애널리스트도 내년 바이오 업종 전망에 대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 확대에 따라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올해 나타난 테마에 따른 무분별한 상승세에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따른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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