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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시대)<4부>②미국401k는 실패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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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기자I 2005.11.15 13:50:01

근로자에겐 `노후 저금통`
기업에는 `구세주`..경제성장 촉진
기업 연금부채급증은 부담

[뉴욕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미국의 퇴직연금은 미국 경제발전사와 궤를 같이 한다. 1세기가 넘는 역사 속에서 퇴직연금은 경제상황에 맞춰 성장과 쇠퇴를 거듭해 왔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소득과 기업의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상황에 맞춰 기업과 근로자는 서로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면서, 시대에 맞는 최적의 퇴직연금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연금이 기업, 근로자들에게 넘겨짐으로써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고 근로자들의 은퇴자금에 불확실성이 개입될 여지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DB형 연금 신규가입이 없다

현재 미국 퇴직연금은 확정기여(DC)형이 대세다. 확정급여(DB)형은 지고 있다. 이 둘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리치 뉴줌(Rich Nuzum) 머서HR컨설팅(Mercer Human Resource Consulting) 미국 퇴직연금 담당 부사장은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을 도입하는 기업 사례는 거의 볼 수 없다"면서 "기존 DB형이 401(k)를 중심으로 한 DC형 시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에서 DC형 퇴직연금의 증가 속도는 놀랍다. 1985년 91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2조달러로 22배 증가했고 가입 기업수도 2만여개에서 45만여개 회사로 급증했다. 반면 DB형을 운용하는 기업은 1985년 11만2200개사에서 올해는 2만9700개사로 73.5%가 급감했다.

시장 초기 DB형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과는 완전 딴판이다. 공기업들은 아직도 DB형을 고집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기업들은 대다수가 DC형으로 발을 옮겼다.

◇"DB형 가입은 자살행위"

사실 미국에서 DB형이 DC형보다 일반적으로 수혜가 크다. 미국에서도 노동조합이 강한 기업은 DB형을 가입한 경우가 많다.

뉴욕에 위치한 보험명문 세인트존스(St.John's)대학 권욱진 교수는 "DB형은 근로자가 은퇴를 해도 끝까지 의료혜택과 연금을 책임져준다"면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DB형은 근로자의 퇴직시점에 기업이 퇴직 적립금을 지불하면 의무가 끝나지만, 미국의 DB형은 근로자의 퇴직 후 종신까지 책임져야 한다.

70년대 석유파동 등으로 경제가 위축되자 기업들이 도산하면서부터 DC형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주식시장 붕괴와 함께 저금리 상황을 맞으면서 기업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근로자의 평균수명이 기어지면서 부담도 급속도로 늘게 됐다.

김정철 삼성생명 뉴욕법인장은 "금리가 낮아지고 사망률이 줄어들면서 미국 기업의 연금 부채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더불어 기업들이 실적이 좋았던 시절, 유능한 근로자를 끌어오기 위해 근로자에 유리한 연금계약을 맺은 탓도 크다"고 설명했다.

잘 알려졌 듯, 한때 미국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도 이런 과정에서 나타났다. GM은 퇴직자에 대한 연금과 의료보험비용 지출이 연간 56억달러에 이른다.

권 교수는 "기업이 DB형을 받아준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살행위와 같다"며 "기업이 재정 부담이 적고, 불확실성이 낮은 DC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연금제도의 변화 과정은 필연적이었다는 분석이다.

◇401(k), 근로자도 잘 달랬다

DC형은 74년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을 도입하면서 기반을 다져났었다. 이 시기는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군 중심이었던 미국의 산업구조가 점차 바꼈을 때다. 장기근속자와 엔지니어의 시대가 점차 저물고 있었다.

78년 과세혜택을 지원을 담은 미국 내국세법(IRC) 401조 k항이 추가된 후 82년 시행되면서 DC형으로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이 IRC의 세제조항을 딴 401k는 DC형의 대표 연금으로 자리잡았다.

기업들만 DC형을 반겼다면 DC형은 지금과 같이 크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401k에 강력한 세제혜택을 지원하며 근로자들을 유인했다.
 
기업도 근로자가 401k에 적립하는 금액의 일정부분을 지원(매칭)해주면서 근로자들을 달랬다. 적립 비율은 평균 근로자 연봉의 5~7%선이다. 회사는 근로자의 적립금을 일정한 비율로 추가 지원(매칭)해 준다. 일부는 100%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근로자는 매년 401(k)에 넣는 돈만큼 보너스를 받는 셈이다. 기업들도 매칭 자금에 대해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받는다.

401(k) 적립되는 금액에 소득세 이연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25%에 달하는 소득세를 최대한 나중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연간 불입한도도 1만4000달러까지는 세금공제 혜택도 받는다.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높은 소득세와 위약금을 내야하기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근로자의 노후자금으로 유도됐다.   

결과적으로 401(k)에 몰린 대규모 자금이 뉴욕증시를 부양하면서 미국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10배 이상 뛰었고, 뮤추얼펀드 시대도 이 때 열렸다.

◇세마리 토끼 잡기 

이렇게 401k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기업 부담을 줄여줬으며, 근로자에 노후를 보장해 준고, 미국 경제까지 불을 지폈다. 

미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낸 것이다. 특히 저축률이 지나치게 낮은 미국에 새로운 저축 문화를 가져와 근로자의 노후대책을 유도했다. 그 덕분에 실물경제도 좋아지고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소로 지목되는 노후문제도 관리할 수 있는 것.

리차드 힌츠(Richard Hinz) 세계은행 연금정책어드바이저(Pension policy adviser)는 "401(k)를 통해 근로자는 기업의 효율적인 관리하에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401(k)를 통해 돈을 투자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잘못된 운용방식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늘면서 소송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회계부정을 일으킨 엔론 사태다. 엔론은 퇴직연금의 대부분을 자사주로만 자산운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가 회계부정 사건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힌츠 어드바이저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노후를 맡겨야할 금융기관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하며, 국가는 이를 위해 자본시장을 상당히 안정적이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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