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30년전 신문 증권면을 장식하던 기업들중 상당수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19세기 빅토리아 왕조때 지은 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설사 그 집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땅은 그대로 남아 있다. 부동산이야말로 파산을 모르는 투자수단이다."
미국의 포춘지가 최신호에서 부동산 투자 비법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한 말이다.
실제 지난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집값이 하락한 해가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집값은 해마다 평균 7%씩 올랐고, 올해는 9% 가까이 상승했다. 광산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마크 트웨인도 `땅을 사라`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는 앞으로도 불패의 왕도일까? 돈 냄새에 민감한 미국의 부자들은 그러나 서서히 시장의 변화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동산 평가이익을 보전하려고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면 팔아서 현금화 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예상과 달리 집값이 계속 올라버릴 수도 있으니 좀 더 세련된 수단이 필요하다.
모든 상품을 증권화하고 있는 미국의 금융 전문가들이 부자들의 이런 욕구를 내버려둘리 없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소개한 부동산 헤지상품을 보자.
`마크로증권연구소`는 최근 특정 지역의 집값을 토대로 한 인덱스 펀드를 고안해 시카고상업거래소로부터 상장승인을 받았다.
펀드는 주택가격과 동행하는 것과 역행하는 것으로 한 쌍을 이루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질 경우, 한쪽은 똑같이 가격이 내리는 반면, 다른 한쪽은 값이 상승하게 된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가스 등 집값이 특히나 많이 오른 지역부터 상품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자신이 투자한 주택을 계속 보유하려는 투자자는 집값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설정하면 되고, 아예 집을 팔아 버리겠다는 투자자는 집값 상승에 베팅하면 된다.
이 펀드에 비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헤지스트릿`이 지난 10월에 내놓은 상품은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3개월간의 집값 방향에 베팅하게 되는데, `상승` `하락` `보합` 세 가지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뉴욕, 마이애미,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등이 헤지 대상 지역이다.
헤지스트릿은 주택 보유자들이 실질적인 헤지를 할 수 있도록 베팅대상이 될 집값 변동 기간을 1년, 3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금융상품들이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험상품도 나와 있는데, 대상지역이 한정돼 있는데다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상품으로 헤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모기지만은 고정금리로 바꿔 놓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혹시 있을 지 모를 집값 하락은 모기지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촉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집값하락과 이자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