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LG 힘겨루기, 그룹까지 맡겨야하나

박호식 기자I 2003.11.21 11:58:34
[edaily 박호식기자] LG카드 정상화를 놓고 채권단과 LG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LG가 지난 20일 10조원 가량의 LG카드(032710) 매출채권, 구본무 회장의 카드 및 증권지분에 이어 구 회장의 (주)LG주식 담보제공안을 제시했으나 채권단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거부됐다. 이에 따라 LG카드 정상화를 놓고 "LG가 얼마나 줘야 하는가"에 대한 접점이 어디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채권단의 가장 큰 요구는 "구본무 회장외에도 특수관계인들이 (주)LG주식을 내놓으라"와 "내년 LG가 투입키로한 7000억원을 올해내에 제공해야 한다"는 두가지가 핵심이다. 채권단의 추가 담보요구는 이번 기회에 새로 지원될 2조원뿐 아니라 그동안 LG카드에 제공된 10조원 가량의 자금에 대해 확실한 담보를 잡아놓을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나왔다. 또 증자 1조원과 금융권 지원 2조원 등 3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다해도 LG카드가 정상화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정상화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채권단은 얼마나 더 받아낼 것인가를 놓고 대주주와 힘겨루기를 해왔다. 특히 채권단간에도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기관들의 반발로 인해 채권단내에서도 단일한 안을 도출하는데 진통을 겪어 왔다. 이같은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LG는 "너무 지나치다"며 불만이 크다. 모든 대주주의 (주)LG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것은 그룹전체의 경영권에 대한 문제이고, 7000억원 연내 예치 요구는 지주회사체제를 구축한 상태에서 개인대주주들한테 무리하게 자금을 만들어내라는 요구라는 것. LG 관계자는 "초반 협상당시 구본무 회장뿐 아니라 다른 대주주들도 LG카드 지분을 내놓고 주식소각에 따른 경영권 포기까지 할 수 있다고 제시했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증권 지분도 내놓겠다고 제시했다"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담보가치가 있는 구본무 회장의 (주)LG지분도 내놓기로 했는데 모든 대주주 지분을 다 내놓으라고까지 하는 것은 그룹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계열사 문제로 그룹전체의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대주주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면 누가 지주회사 체제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려하겠느냐는 것.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것은 한 계열사의 문제가 전체 계열사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정책당국이나 금융권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며 "3000억원을 포함, 연내 1조원을 마련하라는데 개인 대주주들이 만들 수 밖에 없는 지주회사체제에서 가능한 소리냐"고 반문했다. 반면 일부 채권단은 구 회장이 보유한 LG(주)지분 5.46% 경우 2조원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로서는 가치가 미흡하다며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전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일부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반드시 담보로 넣도록 요구했다"면서 "LG측도 채권단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회생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채권단과 LG카드간 시각차이가 나타나면서 빠른 시일내 타협점이 나오지 못할 경우 LG카드의 기존 차입금 회수라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LG가 나름대로 카드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의 채권회수를 진정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하이닉스나 현대투신 등 부실화가 부각됐을때 일부 채권자들이 재빠르게 자금을 회수하면서 채권단이나 주주들의 부담만 커진 사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감원은 채권단과 LG간 협상, 채권자들의 차입금 회수 문제를 중재에 나서고 있다. 김원열 현투증권 연구원은 "카드 회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ABS나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면 자금이 문제가 되고, 따라서 상황이 LG가 마냥 버티기만 하기는 어려워 어떤 형태로든 타협점이 찾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대주주 일가 모두의 지주회사 지분을 내놓는 것은 SK그룹의 경험상, LG 대주주들이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미뤄 볼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단과 LG가 다른 부분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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