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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악화속 매각 앞둔 HMM..'투자·긴축' 고민 빠진 김경배 대표

함정선 기자I 2022.12.11 18:10:26

경기침체에 수요둔화 등 맞물리며 해상운임 하락세
4분기부터 영업이익 절반 수준 감소…내년까지
15조 규모 현금성자산에 재무부담 없지만
선박 발주, 물류 투자 등 속도조절 예상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해상운임 상승 덕에 지난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왔던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16조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며 몸집을 키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 영향으로 내년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야하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보유 지분(20.7%) 매각과 글로벌 경영 환경을 고려하자니 투자 시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부임후 지난 7월 1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며 HMM을 독립적으로 설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밝힌 김경배 대표의 경영 전략도 숨고르기에 돌입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HMM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희망퇴직이 향후 지분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
11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HMM은 4분기부터 내년까지 영업이익이 호황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는 4분기 HMM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8.96% 감소한 1조3773억원으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1조6558억원, 2분기도 1조2766억원에 그친다.

증권업계에서는 영업적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영증권은 “내년 코로나19 시기에 생긴 운임프리미엄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며 “영업적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추정했다. 3분기까지 해상운임 하락세에도 컨테이너 영업과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수익을 방어해온 HMM은 앞으로는 경기 침체 파고에 휩쓸릴 수밖에 없을 만큼 업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상운임 약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38.09로 2020년 8월 초 수준까지 내렸다. 올해 평균 SCFI는 3556.85로 지난해 연간 평균인 3791.77보다 6.2% 낮은 수치다.

그나마 HMM은 그간 쌓아온 현금성 자산 덕분에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지만 계획했던 15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그대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MM은 앞서 지난 7월 물류기업 도약을 위해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선박 발주를 늘려 선복량(화물 적재 능력)을 늘리고 터미널·물류시설 등 인프라를 확보해 수익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에 늘어난 선박 발주에 내년에만 시장의 선복량이 7~8%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경기 침체로 터미널이나 물류 등에 대한 투자 여건 역시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3분기 선박 발주와 항만물류 등에 648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2608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현재 HMM의 선복량은 8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HMM은 추가 발주를 통해 2024년에야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직전 수준(104만TEU)인 10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해운업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매각 진행 상황도 경영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매각 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노릴 수 있다면 이를 HMM의 미래 사업을 위해 빨리 소진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투자 적기가 아닌 시점에 선박 발주 등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HMM이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년 치 연봉과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희망퇴직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두고 업황 불황에 대비하는 차원뿐 아니라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금이 동결된 지난 8년간 진행하지 못했던 인력구조를 개선하며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HMM의 육상직 직원은 약 1000명인데 이 중 60%가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 측은 “(희망퇴직)규모를 정해놓지 않은 희망퇴직이므로 희망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해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된 시황이 가라앉으면서 민영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향후 매각 과정에서 시가총액을 웃도는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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