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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으로만 무려 3000km를 이동할 만큼 고된 피난길이었지만 반려묘 ‘윤기’와 함께 해 버틸 수 있었다. 윤기 역시 험난한 피난 과정을 얌전히 견뎌 주었다.
그러나 한국에 되돌아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윤기는 곧장 계류장 신세를 지게 됐다. 검역증명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이후 영사관의 행정 업무가 중단되면서 검역증은 물론 각종 증명서 발급이 불가능해졌다. 더욱이 장씨가 윤기를 입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터라 장씨는 윤기의 동물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검역당국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개월 내 검역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고양이를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내거나 안락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수입 동물은 검역 증명서를 구비하지 않은 경우 반송되거나 폐기된다.
이에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고양이를 대신 보호하며 검역에 필요한 항체 검사 등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해외처럼 특수상황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다른 국가들은 법이 없어서 우크라이나 피난 동물을 받아주는 것이겠느냐”며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피난 동물 입국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은 우크라이나 난민과 함께 온 반려동물에 대해 검역서류를 면제해 주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