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에너지 기업들의 디폴트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피치는 미국 기업들의 디폴트 규모가 지난 2개월간 327억달러에 달했고, 이달 말 미국 고금리 회사채 부도율이 201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자금 지원에 힘입어 상당부분 해소되기는 했지만 저유가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일부 업종에서는 디폴트 공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코로나19 이후 미국기업 부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원유·석유제품)와 산업재(항공·기계장비), 경기소비재(숙박·음식·자동차·소매) 등이 코로나19 이후 단기 유동성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부채상환부담이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글로벌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 컴퓨스태트(Compustat)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자금조달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분석대상 기업의 22.2%가 부채상환, 운영자금 소요 등으로 보유 현금이 1년 내 소진돼 단기 유동성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에너지와 경기소비재, 유틸리티, 산업재 등의 현금소진 위험이 높았으며 레버리지(총부채) 비율이 높은 고부채기업인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ICR)이 1 미만인 기업도 에너지와 산업재, 경기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ICR 1 미만 기업 비중은 전년대비 7.0%포인트 늘어난 11.9%로 예상되는데, 에너지와 산업재가 각각 37.1%와 18.3%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
|
한은은 따라서 에너지와 산업재, 경기소비재 등의 업종이 코로나19 충격에 가장 취약하며 이들 업종은 향후에도 주가 약세, 부도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들 기업이 도산할 경우 경기회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소속 이굳건 과장은 “에너지와 산업재, 경기소비재 업종의 부실 심화는 실물경기 전반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좀비기업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좀비기업 퇴출이 지연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