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민안전처와 협의해 내년 7월까지 ‘소방용품의 품질관리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규칙 개정은 1977년 소방용품 검사 기관이 설립된 이후 39년 만이다. 규칙이 개정되면 검사기관 설립에 필요한 인력·시설 기준이 완화돼 검사기관이 1곳에서 복수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는 소방용품 검사기관을 설립할 경우 검사인력으로 책임자(임원) 1명과 검사요원 8명이 필요하다. 또 형식승인검사시설 136종과 성능인증검사시설 74종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승강기·전기용품·식품의약품 검사기관의 인력 등의 기준보다 엄격한 수준이다.
이처럼 필요한 인력·시설 문턱이 높다 보니 안전처 산하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인증을 독점해 왔다. 독점해온 검사 대상은 소화기, 화재감지기, 스프링클러, 유도등, 공기호흡기, 소방관의 방화복·헬멧·신발 등 사실상 소방용품 일체다. 1977년 전신인 한국소방검정협회 창립부터 현재까지 소방용품을 판매하려면 소방산업기술원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사업자단체 의견수렴, 전문가·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이 같은 소방용품 검사독점 구조를 ‘2016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로 지목,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분야 독점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취지에서다.
앞으로는 검사요원을 8명에서 4명으로, 검사요원의 경력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여 인력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고가의 시험장비 15종에 대해서는 장비를 소유하지 않고 빌리는 게 가능하도록 해 초기 설비 투자비를 낮췄다.
이일 안전처 소방산업과장은 “소방용품 시장은 성능 개발로 신제품이 계속 나오는 시장”이라며 “규칙이 개정되면 200억원 정도 필요했던 초기 투자비가 137억 정도로 내려가 시장진입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방용품 시장은 4조447억원(2014년 매출액 기준), 소방산업기술원이 받는 검사 수수료는 연간 280억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소방용품 안전성이 후퇴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그동안 검사를 도맡아 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기준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 품질 안전성을 담보해 왔다”며 “검사 기관이 많아지면 (수수료 경쟁으로) 검사의 질이 떨어지고 안전기준이 흔들리면 제조업체들은 안전성보다는 저가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정원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그런 문제는 검사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해결될 수 있다”며 “오히려 검사기관의 현행 독점체제를 유지할수록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외에도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산림과학원과 협의해 경쟁제한적 규제 8건(공공분야 독점에 경쟁원리 도입 3건, 신소재 상품개발 등 사업활동 제한 규제개선 5건)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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