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 회의 속기록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했다. 중앙 행정기관 중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이 한눈에 볼 수 있게 차관급 공무원의 발언이 담긴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은 방통위가 처음이다.
방통위는 이경재 위원장 취임 이후 첫 회의를 25일 열고, 방통위 상임위원 전체 회의 속기록을 홈페이지(www.kcc.go.kr)에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위원회 회의는 방청신청자에게 공개하면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던 불합리성을 없앤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에서도 속기록을 얻으려면 별도로 열람을 요청해야 했다.
다만, 비공개 회의의 속기록은 현행과 같이 비공개를 유지한다. 방통위는 또 그간 회의운영 규칙에 의거, 위원회 회의의 속기록을 빠짐없이 작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회의를 운영한다는 오해를 불러온 속기록 작성의 예외규정도 삭제하기로 했다.
현행 속기록 작성 예외규정에는 ‘위원장은 제재를 위한 합의과정 등 속기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위원들간 합의를 거쳐 비공개로 진행하고 속기록을 작성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경재 신임 방통위원장은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 데모스테니스의 ‘작은 일에서 종종 위대한 업적이 시작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위원장 취임 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이미 공개로 진행한 회의의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고, 그래서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작은 변화가 방통위 발전을 이끌게 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기자가 배석하는 회의인데 왜 국회는 열람요구를 해야 볼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매우 좋은 타이밍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홍성규 위원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사례를 보니까 회의를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하더라”면서 “일단 속기록을 공개하고, 그게 정착되면 우리도 동영상 시대에 중계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도 검토하자”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그간 밀실행정 논란을 낳았던 상임 위원간 티타임에 대해서는 형식을 바꿔 유지하기로 했다.
홍성규 위원은 “이해 관계가 복잡한 안건의 경우 티타임이 필요하다”면서 티타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문석 위원은 “티타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변인까지 들어오고 뒤에 공무원이 배석해서 사실상 또 하나의 회의였던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티타임은 사전 조율 과정인데 민주주의에서 바로 의결이나 표결로 갔을 때 여러 대립과 갈등이 있을 수 있으니 유지하되 형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