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빌리 빈 단장으로 대표되는 오클랜드의 ‘머니볼’과 노무라 감독이 창안한 ‘ID야구’는 대척점에 서 있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중요시하는 ‘머니볼’은 희생번트,도루 등 다양한 작전을 근간으로 하는 ‘ID 야구’ 스타일을 소모적인 야구로 여긴다.
두 이론 모두 독특함을 담고 있지만 우리는 흔히 머니볼은 미국식,ID 야구는 일본식으로 여기고 있다. 크게 틀리지는 않는 분류로 여겨진다.
흥미로운 것은 두 이론 사이에 ‘공통점’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발간된 책 ‘머니볼’에선 볼배합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당시 빌리 빈 단장의 보좌역이었던 폴 디포데스타(전 LA다저스 단장,현 샌디에이고 보좌역)는 이런 말을 한다.
“모두들 초구 스트라이크의 중요성만 얘기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볼 카운트 1-1에서 3구째 어떤 공이 들어가느냐다. 만약 모든 타자가 1-2에서만 칠 수 있다면 전부 올스타가 될 것이다. 반대로 2-1에서만 쳐야 한다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첫 세 개의 공 중 2개를 어떻게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노무라 감독의 저서 ‘ID 야구’에도 같은 언급이 있다. 노무라 감독은 볼배합에 대해 설명하며 1스트라이크 1볼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목했다. “공 하나로 투수와 타자의 유.불리가 갈리는 카운트다. 상대 투수가 이때 어떤 승부를 하는지를 살피면 그 투수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노무라 감독의 수제자인 후루타 야쿠르트 감독 겸 포수도 이 이론을 적극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쿠르트를 상대하는 팀의 전력 분석 노트에는 "후루타는 고집스럽게 1-1을 만들어 놓고 풀어가는 성향이 있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배합은 야구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야구의 승부'라는 부분에서 볼 배합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야구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론이 결국은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노무라 감독의 'ID 야구'는 메이저리그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론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조연, 돈 블레이징게임이 없었다면 'ID 야구'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블레이징게임은 노무라 감독과 함께 낭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올스타에도 선정된 바 있는 수준급 2루수 출신이었다.
노무라 감독이 블레이징게임과 가까워진 것은 뜻하지 않았던 논쟁이 시발점이었다. 포수 노무라는 어느날 경기서 사인을 상대에게 들키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상대를 다시 속이기 위해 슬쩍 투수에게만 통보한 채 사인을 바꿔버렸다.
이닝이 교체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블레이징게임이 노무라에게 다가왔다. "사인을 그렇게 갑자기 바꾸면 어떻게 하나. 사인은 투수와 포수만의 것이 아니다. 야수도 포수의 사인에 따라 수비 위치를 스스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야수도 함께 알 수 있어야 한다."
노무라는 당시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블레이징게임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야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무라가 낭카이의 감독 겸 선수에 임명됐을 때 노무라는 블레이징게임을 수석코치로 발탁했으며 이후 차분하게 자신의 이론을 다져가게 된다.
블레이징게임은 당시 '싱킹 베이스보루(생각하는 야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만큼 많은 자신의 노하우를 일본 야구에 전해줬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한신과 낭카이의 감독(그는 일본에서 풀시즌을 치른 첫 백인 감독이다) 까지 역임했다.
지난 1991년 한국에서도 발간된 '미국 야구 일본 야구'(저자 로버트 화이팅)는 "미국과 일본 야구의 공통점은 장비 뿐"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그러나 어디의 무슨 야구건 '승리'라는 같은 명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같은 흐름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개그 콘서트의 '같기도' 처럼 말이다.
1S1B은 앞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가려고 한다. 막연하게 'OO야구'는 어떻고 'OO볼'은 이렇다고 단정짓기 보단 그저 우리가 보다 즐겁게 야구를 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장이 되길 바란다. "아~무 편견 없이. 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