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후보 2인의 선발 소감 `아직 실감 안나요`

온혜선 기자I 2006.12.28 12:55:17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지난 25일 한국우주인 최종후보로 선정된 고산(남·30, 사진 왼쪽), 이소연(여·28)씨는 자신들이 최종후보의 행운을 거머쥔 데 대해 아직도 어떨떨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알고 있다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28일 과학기술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떨치게 된 솔직한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다음은 후보들과의 문답내용.

▲한국우주인 최종후보에 선발된 소감은?
△고산-아직 우주인에 뽑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냥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테스트 중 하나를 통과했다는 느낌이다. 우주인 프로젝트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소연-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공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는데, 며칠 만에 너무 큰 변화가 생겨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천천히 진지하게 생각을 정리 중이다. 우주인으로 뽑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후보가 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고산-일단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 크게 달라진 점이다. 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 없다. 발표 다음날에만 회사로 출근했는데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감격하며 기뻐해 주었다. 선발 과정 중에 인기투표를 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들었다. 사인 해달라는 요청도 많았고 사진 촬영도 많이 했다.

△이소연씨-제 경우에는 길에서 아는 척하시는 분들이 잘 없었다. 주로 학교 안에 머물러서 그런 듯 하다. 이미 선발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선발과정에서는 내가 아니면 누가 최종 선발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고산- 개인적으로 이진영소령이 되길 바랬다. 인격적인 것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훌륭하신 분이다. 만일 제 기준으로는 후보를 선발한다면 이진영 소령을 뽑았을 것이다.

△이소연- 개인적으로 이진영소령과 고산씨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소령의 경우 조종사 출신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 우주인 후보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주변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얘기도 했다.

▲앞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 신분이 된다. 이전 회사와의 관련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소연- 관련 협의는 진행 중이다. 다만 4년 동안 쓴 논문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 후 항우연 연구원으로 일하고 싶다

△고산-삼성종합기술원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협의 사항은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

▲본인들이 뽑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산-사실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다. 다만 30년 정도의 인생을 살았는데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우주인 선발과정에서 요구하는 것과 맞아 떨어진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체력테스트에서는 복싱과 산악등반을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됐다. 또 러시아에서 1년 동안 있으면서 현지인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카투사로 근무한 것이 이에 반영된 것 같다.
 
△이소연-1~2년전쯤 친분이 있는 교수님께서 "꾸준한 노력의 결과는 어느날 행운처럼 다가온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그말이 정말 실감난다. 제가 있었던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 행운으로 다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수능시험 수석한 학생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선발과정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이소연-의학테스트 받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1주일 동안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먹으라는 것만 먹고 먹지 말라면 굶고 그러니 정말 괴로웠다. 매일 저녁마다 침대에 누워서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곤 했는데, 매일 빠지지 않는 음식이 피자였다. 결국 의학테스트 끝나자마자 다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다. 그런 경험들이 참 기억에 남고 힘이 됐다

△고산-후보들이 점점 압축되면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같은 꿈을 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소연씨의 경우 체력 테스트에서 굉장히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평소에도 운동을 즐긴다고 들었는데, 특별히 운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몸치 수준이었다. 운동을 못하니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집에 와서 운 적도 있었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권도를 배우라고 하셨다. 사실 사촌언니가 태권도 사범이셨다. 이후 재미를 붙이다 보니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됐다.

▲이성친구는?

△고산-현재 여자친구가 있다. 같은 수학과 동기로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현재는 방학기간이라 한국에 들어와 있고, 현재 일정을 같이 소화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래 여자친구랑 함께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여자친구의 경우 일정이 맞지 않아 지원을 못했다. 선발과정에서 여자친구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

△이소연씨-현재 남자친구가 없다. 이상형은 저희 아빠 같은 분이면 당장 결혼할 용의가 있다. 항상 묵묵히 뒤에서 든든히 받쳐 주시는 모습이 좋다.

▲인생 역할 모델을 말해달라.

△이소연- 한 명만 찍으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 하시기 때문에 찍기 어렵다. 그래도 굳이 한 분을 뽑자면 몇 년전에 돌아가신 `여성 농학박사 1호`김삼순 박사님이다. 먼 친척 되시는 분인데 일제시대 도쿄로 유학을 다녀오실 정도로 시대에 앞선 분이셨다. 그분을 지켜보면서 `내가 온실 속의 화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척박한 시대에 홀로 유학가신 도적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할머니가 되어 저렇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분은 결혼을 안하셨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평범한 가정생활도 같이 하면서 곱게 늙고 싶다.

△고산-개인적으로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항상 내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신다. 이번 선발과정 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머니가 "우리 아들 됩니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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