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정부는 지난달 28일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17.81%로 땅값 상승률(4.98%)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정부가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실화율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현실화율(12.83%)을 작년 현실화율(90.9%)에 더하면 103.7%가 됩니다.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높아진 희한한 일이 생긴 것이지요. 건교부에 출입하는 남창균 기자는 정부가 진정 부동산 값 안정을 바란다면 기초통계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시지가는 정부가 땅에 세금을 매기기 위해 산정하는 정부 공식 땅값입니다. 감정평가사들이 표준 땅값을 매기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토대로 개별 땅값을 매깁니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양도세·상속세의 과세표준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담보대출을 받거나 보상을 받을 때도 활용됩니다. 따라서 공시지가가 오르면 당연히 세금도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2000년 이전만 해도 공시지가가 시세의 50% 이하로 매겨져 과세평형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현실화율(시세대비 공시지가비율)을 높여왔습니다.
이에 따라 2002년 56%에 머물던 현실화율은 작년에는 90.9%까지 높아졌습니다. 100원짜리 땅의 공시지가가 90원이 된 것이죠. 아파트 기준시가의 현실화율이 70~90%선임에 비춰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도 현실화율(12.83%)을 대폭 올리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시지가가 시세를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자 건교부는 발표 자료에서 올해 현실화율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수치가 이상하다고 따지자, “지난해 발표한 현실화율은 현장조사에 나선 감정평가사들의 자의적 판단이었다”고 군색하게 해명했습니다. 곧이곧대로 들으면 그동안 감정평가사들이 정부를 속여 왔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가 그동안 밝혀 온 연도별 현실화율도 가짜라는 얘기가 됩니다.
정부의 부실 통계는 시장 예측을 그르치고 이는 결국 불량 정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개월새 3번의 수술로 누더기가 된 생애 첫 대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부는 8·31대책으로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면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숨통을 틔어줄 목적으로 도입한 게 생애 첫 대출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시장은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죠. ‘불씨’로 내놓은 생애 첫 대출이 ‘화산’이 돼 돌아온 것입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부동산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팀을 만든다고 합니다. 건교부는 토지기획관 밑에 부동산정보분석팀을 신설하고 팀장이 인선되는 대로 공식 활동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부실 통계에 따른 불량 정책으로 국민들을 괴롭히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