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노선영 "판결 인정 못해…왕따주행 주장·폭언 안했다"

한광범 기자I 2022.02.21 10:40:05

손해배상訴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항소장 제출
"왕따주행 의혹, 노선영 아닌 언론이 제기한 것"
1심 인정 폭언도 부정…서울고법서 다시 판가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 김보름과 노선영. (사진=뉴스1)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29·강원도청) 선수에 대한 폭언·욕설 사실이 인정돼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전 국가대표 노선영(33·은퇴)씨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선영 측 법률대리인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선영과 김보름이 수년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두 사람 사이에 수 차례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했다는 김보름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황순현)는 지난 16일 “폭언·욕설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김보름이 주장한 7년 중 시효가 남은 2개월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노선영의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인정한 세 차례 욕설은 2017년 11~12월에 있었다. 판결에 따르면 노선영은 대학 4년 후배인 김보름에게 “스케이트를 빨리 탄다. 천천히 타면 되잖아”라며 “미친 X” 등의 욕설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보름 훈련일지 외에도 국가대표 동료선수들과 코치친의 사실 확인서를 통해 입증됐다.

◇노선영 폭언, 훈련일지 + 동료·코치진 확인서로 입증

노선영 측은 이에 불복해 판결 하루 뒤인 1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노선영 측은 “폭언과 관련한 직접 증거는 김보름이 제출한 훈련일지가 유일했다”며 “노선영 입장에선 김보름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훈련일지 기재 내용만으로 폭언 사실을 인정한 1심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왕따 주행’ 논란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노선영 측은 “2018년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보름, 박지우가 고의로 자신을 따돌리는 경기를 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왕따주행 논란을 노선영이 제기하였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 등의 의혹 제기가 불거지며 문화체육관광부가 빙상연맹 감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법원 판결로 그동안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노선영 측이 이처럼 폭언·욕설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항소함에 따라 ‘왕따주행 및 노선영 폭언·욕설 논란’은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가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앞서 김보름은 1심 승소 판결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그동안의 고통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며 “(승소 이후) 요 며칠간 정말 많이 사람들이 응원을 해줘서 정말 포기할 수 없었다.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 감사도 “왕따주행 없었다” 결론

사건의 발단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였다.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팀추월 경기에서 당시 김보름·박지우에 비해 노선영은 크게 뒤처져 들어왔다.

김보름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국가대표 자격 발탁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십만명이 동의를 하기도 했다. 김보름은 대회 도중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신의 앞선 인터뷰 태도에 대해 사과하며 왕따주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멈추질 않았다.

거센 논란 속에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왕따주행 의혹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해 같은 해 5월 “왕따주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 냈다. 선수들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선 “코치진이 이를 앞선 선수들에게 알리는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름은 이후 사건 발생 2년 9개월이 지난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무수한 고통을 참고 또 참으며 견뎌왔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과 괴롭힘에 대해 노선영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그는 소장에서 “노선영이 평창올림픽 팀추월 경기를 전후의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당했고 광고모델 제의나 협찬이 끊겨 재산상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교 4년 선배인 노선영에게 2010년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인 2018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당했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